"中 돼지독감, 수천만명 사망한 스페인독감과 유사"…대유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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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WHO "중국 돼지 독감 바이러스, 주의 깊게 살펴볼 것"
중국 연구진 "인간감염 필수특징 모두 갖춰" 추적 촉구
중국 연구진 "인간감염 필수특징 모두 갖춰" 추적 촉구
중국에서 새로 발견된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독감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일 CNBC에 따르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에서 발생한 돼지독감 바이러스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 바이러스가 2009년 신종플루(돼지독감), 1918년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과학자들이 'G4 EA H1N1'이라고 부르는 이 바이러스는 아직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큰 변이 능력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돼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이러스는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에 기원을 두고 있는 2009년 H1N1 바이러스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9년처럼 또 다른 신종플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는 아직 검사 단계로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1918년 유행한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전세계 수천만명이 사망했다. 스페인독감이 유행할 당시만 해도 기술력이 발달하지 않아서 바이러스 발생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2005년이 돼서야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했고 인플루엔자A형(H1N1)으로 판명됐다.
H1N1 신종플루는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발생해 그해 전세계적으로 7억명 이상이 감염됐고 57만5400명이 사망했다. 신종플루는 다양한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신종 돼지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크리스턴 린드마이어 WHO 대변인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논문을 주의깊게 읽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린드마이어 대변인은 이어 "연구를 위한 협력과 동물 개체군 감시 등이 중요하다"며 "이 연구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다른 바이러스도 감시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 대학과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CCDCP) 소속 과학자들은 중국에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가능성이 있는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새로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G4'라고 명명된 해당 바이러스는 신종인플루엔자 계통으로 돼지에 의해 옮겨지나, 사람이 감염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G4가 팬데믹을 유발한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인간 감염에 필요한 모든 필수적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10개 지방의 도축장과 동물병원의 돼지들로부터 3만건의 검체를 채취해 179개의 돼지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그 결과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 가운데 대다수는 2016년부터 이미 돼지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사람과 유사한 감염 증상을 보이는 족제비를 이용한 바이러스 실험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또 전염성이 강하고 인간 세포에서 자가 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 간 전염이 용이해지면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바이러스가 새롭게 발견된 만큼 사람들은 이에 대한 면역력이 거의 없으며, 계절성 독감으로는 G4에 대한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돼지 사육장에 근무하는 이들을 상대로 한 항체검사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10.4%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아직 G4의 대인 간 전염 증거는 없지만, 돼지 사육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시급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임스 우드 케임브리지대 수의학부장은 "이번 연구는 인류가 끊임없이 인수공통 병원균의 출현 위험에 처해있으며, 야생동물보다 인간과 접촉이 잦은 사육 동물들이 중요한 전염성 바이러스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