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靑 참모들도 집 안파는데…집값이 잡힐까
“2008년 전후로는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부양 정책을 강하게 써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반대다. 그러니까 다들 집을 사려고 하는 거다.”

최근 만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면서 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가 잘못됐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청와대 생각도 비슷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주년 기자브리핑에서 “모든 정책 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엄포에도 부동산시장은 뜨겁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50% 이상 올랐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남의 도곡한신아파트(84.74㎡ 기준)를 보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말 9억3500만원 하던 집값이 지난해 말 17억5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집주인은 2년 만에 8억1500만원을 벌었다. 집 없는 서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 청와대 참모들의 ‘내로남불’식 다주택 보유 사례가 알려지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노영민 비서실장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6개월 안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이는 실행되지 않았다. 현재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는 12명에 달한다. 집을 팔라고 한 노 실장을 비롯해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등 고위직도 여럿 포함돼 있다.

친척이 거주하는 등 실제로 이해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많다. 정부 규제로 실거주 등 다양한 요건이 추가되며 매매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성공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이들이 생각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파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앞서 예로 들었던 도곡한신아파트는 김조원 수석이 가지고 있는 주택 두 채 중 한 채다. 나머지 한 채인 서울 잠실 아파트 역시 2017년 이후 3억원 넘게 올랐다. 다주택자 규제로 세금이 오른다 해도 둘 다 팔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김 수석의 선택은 경제학적으로도 합리적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게 집을 팔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윤을 내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이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원리다.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으로 풀어야 할 부동산시장을 규제로 접근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청와대 참모들에게 인간 본성에 역행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전환을 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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