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사건 외면하지 말아달라" 靑 국민청원
"팀원, 감독 등 고소했으나 회유하려해"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 선수는 지난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 최숙현 선수는 올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했고 이어 4월엔 대한체육회, 대한 철인 3종 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감독, 동료 팀원 등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치의 빵을 먹게하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폭행을 당했다. 또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을 굶어야 했고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최숙현 선수 지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국민청원 2개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 소속팀)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 최숙현 선수가 공공기관,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도 공개됐다. 고인은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썼고, 어머니가 "전화 좀 받아, 무슨 일이야"라고 메시지를 전했으나 '읽음' 표시를 뜻하는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 최숙현 선수는 수년동안 폭행과 폭언 관련 녹취록을 모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일지엔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맞았다', '죽고싶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비례대표)는 "누가 이 선수를 죽음으로 내 몰았는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가해자들의 엄중처벌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북체육회는 비리를 발원본색 하지 않고 오히려 최 선수 부친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만 했다"면서 " 23세의 어린 선수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과 부담은 미루어 짐작해 보아도 엄청났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대한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는 입장문을 내고 조속하고 엄정한 조치를 약속했다.
경북 경주경찰서는 해당 수사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대구지검으로 넘겼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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