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환경 파괴' 논리에 발목
천혜의 자연 즐기기 쉽게 해
관광객 모아 지역경제 살리고
자연보호 효과까지 얻은
두륜산 케이블카 사례를 보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이렇게 편하고 좋은 케이블카건만 한국 관광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역마다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앞다퉈 설치를 추진하긴 했으나 곳곳에서 건설 계획이 좌초되고 있다. 각종 규제와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에 막혔기 때문이다. 자연공원법과 문화재보호법, 산림보호법, 궤도운송법 등 10여 개 법률에 가로막힌 데다 소관 부처도 제각각이니 설치 허가를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법으로는 허용되더라도 국립공원위원회 등 심사기구를 통과하지 못해 실질적으로 좌절되는 사례가 태반이다. 1989년 덕유산 케이블카 이래 30년 동안 국립공원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것은 2015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승인이 유일했지만, 결국에는 백지화됐다. 환경단체의 반대시위는 덤이다. 어느 지역 어느 곳에 케이블카를 추진한다는 말만 나와도 환경단체가 반대하지 않은 사례를 찾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각종 규제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08년 문을 연 통영 해상 케이블카와 2014년 완공된 여수 케이블카는 각각 한 해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역경제에 각각 1500억여원에 달하는 간접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잘 아는 산악관광의 메카 스위스는 전 국토에 450개 노선을 가지고 연간 32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경제효과만 해도 13억스위스프랑(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스위스뿐이랴. 오스트리아는 2600개 노선을 두고 연간 이용액 6600만 명을 유치하고 있으며 연간 14억유로(약 1조870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다.
케이블카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반대논리도 사실 근거가 부족하다. 최근에는 친환경 공법을 활용해 생태계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개발됐을 뿐더러 케이블카 설치 이후 오히려 환경을 더 잘 보존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도 수익성이 확보된 관광지를 운영 주체가 책임지고 더 잘 보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일례로 중국 장자제(張家界)에는 도심과 산 정상을 연결하는 7455m 세계 최장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지만 천하기경(天下奇景)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북알프스라 불리는 히다산맥의 신호타카 케이블카도 50년간 운행되고 있는데도 일본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를 뚫고 2003년 개통한 두륜산 케이블카도 자연경관 유지와 관광객 유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한국은 만년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관광 빈국이다. 그나마 서울과 같은 큰 도시만 한류 관광객들로 조금 북적일 뿐 설악산의 절경을, 지리산의 기백을, 한라산의 정취를 느끼고 가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 한국인 중에서도 한국의 명산을 제대로 구경해본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64%를 산지가 차지하고 있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소중한 자원을 즐기는 혜택을 일부 산악 애호가만 누릴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노인도, 장애인도, 어린아이도 다 우리 산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면 해마다 수백만 명이 자연환경을 즐기러 해외로 ‘힐링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더 이상 대한민국 산이 건강한 성인에게만 허락된 전유물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