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처벌 못한 '살인의 추억'
1986~1991년 경기 화성 일대에서 발생해 국내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았던 10건의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이춘재(57·사진)가 모두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모씨에 대해 경찰은 “사죄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일 “이춘재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 범행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화성지역에서 일어난 10건의 살인사건 외에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네 건의 살인을 추가로 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이나 피해자의 아픔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재수사로 이춘재의 살인 행각이 드러났지만 모든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할 수 없다. 이춘재의 마지막 범행 대상은 1991년 화성시 동탄 반송리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권모씨(69)였다. 하지만 이 사건도 살인죄의 공소시효 15년을 훌쩍 지났다. 8차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과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 검사 등 8명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받지 않는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