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의 라임'이라고 불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허술한 사모펀드 검증 체계를 통해 태어났다. 금융당국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가 있었지만 수천억원 규모의 펀드가 팔려나가는 동안 아무도 투자자산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3일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사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의 7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회계법인의 실사나 검찰의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옵티머스의 사기 혐의가 명확해짐에 따라 선제적인 보상안을 마련한 것이다.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도 보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환매 중단 사태에서 가장 큰 책임자는 옵티머스다. 옵티머스는 신용도가 높은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매출채권을 편입해 연 3% 안팎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실제 이 사모펀드가 투자한 자산은 부실 사모사채였다.

옵티머스의 부실 투자자산은 손쉽게 한국도로공사 등 우량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으로 바뀌었다. 옵티머스는 일반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에 메일을 보내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했다며, 이에 대한 펀드자산명세서 작성을 요청했다. 예탁원은 옵티머스가 적어준 대로 투자자산 정보를 입력하고 종목코드를 생성해 펀드자산명세서를 완성시켰다.

옵티머스의 메일에는 비상장사의 채권 매입 계약서가 첨부돼 있다. 그럼에도 예탁원은 옵티머스의 요청대로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등록했다. 예탁원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판매사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명시된 펀드명세서가 없었다면, 우리도 사기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판매사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옵티머스의 말을 믿고 투자자들을 모았다. 펀드 설정 이후 운용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펀드명세서를 봤는데, 옵티머스의 말대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있었다. 이것이 추가 판매 및 펀드 유지의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예탁원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사무관리회사인 예탁원은 사모펀드의 투자자산을 검증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사모운용사의 일반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는 "사무관리회사는 매월 신탁회사와 증권 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신탁이 아닌 투자회사와 관련해 도입된 것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없다는 게 예탁원 측의 주장이다. 펀드는 형태에 따라 투자회사(뮤추얼펀드)와 투자신탁으로 구분한다. 옵티머스 펀드는 투자신탁이다.

국내 펀드는 투자신탁이 90% 이상이다. 부실 운용사가 현재의 체계를 악용할 방법이 있는 것이다.

예탁원이 자본시장법상 선관주의의무를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데, 펀드명세서 작성 과정에서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예탁원은 이 역시 투자회사에 해당하는 조항이라 책임이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판매사들은 투자회사는 투자신탁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법적 다툼이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 이후 판매사와 수탁기관에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 책임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로 사무관리회사의 책임 소재도 명확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민수/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