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1분기 최악 털고 적자폭 줄여…일부 흑자 전망도
실물 수요 증가, 3분기 흑자 전환 기대…코로나 재확산이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로 1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2분기에도 그다지 낙관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진 못할 전망이다.

2분기 들어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여파로 수요 증가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전분기의 역대급 적자폭은 크게 만회하고 일부 업체는 흑자 전환 전망도 나오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불황 터널 지나는 정유업계…2분기, 최악은 피했다
◇ 정유 4사, 2분기 적자 감소…일부 흑자 전망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 등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어닝 쇼크에 시달렸다.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폭락, 수요 감소 여파로 재고 관련 손실이 쓰나미처럼 몰아친 결과다.

이들 4개 사가 낸 영업손실이 총 4조4천억원으로 역대 최악의 실적이었다.

정유사들은 2분기도 불황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고 평가 손실이 줄어들고 정제마진도 개선되면서 1분기보다는 적자폭을 줄이고, 일부 업체는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5일 연합뉴스가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을 이용해 증권업계의 최근 1개월 치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종합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분기 1천916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분기 1조7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해 손실폭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다만 최근 나온 증권사별 전망치 격차는 상당히 크다.

삼성증권은 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손실이 6천2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반면, 같은 날 하이투자증권은 적자폭을 절반 수준인 3천45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런가 하면 앞서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1천3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놔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대변했다.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의 손실을 6천255억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은 2천692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지난 1분기 1조73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에쓰오일은 올해 2분기 적자폭을 378억원으로 축소한 것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의 경우 타사대비 정제마진이 빨리 플러스로 돌아서며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이 2분기 소폭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에도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타사처럼 각각 1조원, 5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던 1분기보다는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불황 터널 지나는 정유업계…2분기, 최악은 피했다
◇ 유가 상승·정제마진 일부 개선…수요 감소가 발목
2분기 정유 4사의 영업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최근들어 국제 유가가 상승한 때문이다.

정유사들의 재고 손익을 가늠하는 두바이유는 올해 1월 배럴당 64.32달러에서 코로나 여파로 4월에 평균 20.39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지난 6월에는 40.80달러로 올라서며 원유 재고 손실이 감소했다.

정제마진도 최근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국제 유가 하락기에 싸게 매입한 원유가 투입되며 나타나는 소위 '래깅효과' 덕이다.

지난달 셋째 주 싱가포르 크래킹 정제마진은 배럴당 0.1달러로 지난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전환 이후 14주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 2주 연속 0.1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이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정유사들이 제품을 만들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고, 플러스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업계는 정제마진이 통상 배럴당 4∼5달러는 돼야 수익이 난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의 0.1달러는 여전히 낮다는 입장이다.

실제 2분기 들어 원유 매입가가 급락한 것에 비해 정유사들이 누린 정제마진 개선 효과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코로나 여파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은 데다 유가 상승폭도 더딘 탓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2분기에 국내 정유사 대부분이 코로나로 인해 재고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정기보수까지 진행하면서 정제마진이 증가되는 기간에 100% 마진을 향유할 수 없었다"며 "글로벌 락다운 효과가 2분기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2분기가 1분기보다 수출 환경이 나빴던 점도 완전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불황 터널 지나는 정유업계…2분기, 최악은 피했다
◇ 3분기는 흑자 전환 기대…코로나 재확산 여부는 변수
업계는 일단 3분기에는 정유 4사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이 경기 부양에 나섰고, 일부 락다운 해제로 공장 가동 수요도 증가한 때문이다.

6월 이후 글로벌 항공 운항이 확대되고 있고 7∼8월 휴가철을 맞아 차량 이동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와 미국 등 산유국은 원유 감산을 이어가면서 유가 올리기에 나섰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는 3분기 들어 주요 정유사들이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각각 3천억원 이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정유사의 실적은 크게 유가와 정제마진에 의해 결정된다"며 "최근 두가지 변수 모두 회복국면에 있는 만큼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사우디가 7월의 원유도입단가(OSP)를 인상하면서 8월부터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분기에 누린 래깅효과가 3분기 들어 감소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코로나 재확산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공장 폐쇄 등 락다운이 재개될 경우 정유 수요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여부는 결국 글로벌 공장 가동과 항공 수요 증가 등에 달려 있다"며 "코로나 재확산 리스크가 결국 정유 수요 확대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