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를 학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주요 연구기관들이 비타민D와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비타민D와 코로나19의 관련성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를 검토한 결과, 코로나19의 치료 및 예방에 비타민D가 일정 역할을 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비타민D 성분이 근육과 뼈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 예방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분석이다. 영국 글래스고대학의 나비드 사타르 의학교수도 영국인 34만여명을 연구한 결과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이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의 또다른 주요 연구기관인 영국 왕립학회의 분석은 달랐다. 왕립학회와 공동 연구를 수행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찰스 뱅햄 면역학 교수는 “연구 결과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들이 (코로나19 같은) 급성 호흡기 감염에 더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왕립학회는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매일 비타민D를 복용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은 중국과 한국,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코로나19 환자를 연구한 결과 사망률과 비타민D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비타민D와 사이토카인 폭풍(과도한 면역반응)의 상관관계가 높다고 발표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비타민D와 코로나19의 관계를 놓고 그동안 학계는 여러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흑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경향이 높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흑인 등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지만,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중에서는 3분의 1 가량이다. 미국에서도 흑인의 전체 인구 비중은 14%지만, 입원자의 30%를 차지한다. 피부색이 어두울수록 태생적으로 태양광을 통한 비타민D 합성률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흑인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이유가 비타민D 부족 때문이 아니겠냐는 가설이 학계에서 나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