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인근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청 인근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일(현지시간) 확진자의 비말(침방울)을 흡입하거나 코로나19로 오염된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는 등의 경우에만 주의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기 중 떠다니는 에어로졸이 제3의 감염경로로서 코로나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WHO와 CDC의 지침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어로졸은 지름이 1㎛(100만분의 1m)에 불과한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방울보다 훨씬 작다. 복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에어로졸은 공기 중 장기간 버틸 수 있고, 수십 피트(1피트=30.5cm) 떠다닐 수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환기가 잘 안 된 방이나 버스 등 좁고 사방이 막힌 공간을 감염 위험에 빠뜨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기 중 떠다니는 미세 비말로 인한 감염이라는 제3의 경로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레스토랑에서의 집단감염이나, 워싱턴주에서 합창단의 집단감염 등 슈퍼전파 사건 등은 에어로졸 감염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WHO 당국자들은 코로나19가 에어로졸을 통해 전염될 수 있지만, 이는 호흡기에 튜브 삽입(삽관)과 같은 의료시술을 할 때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네데타 알레그란치 WHO 감염예방통제국장은 "30여명의 국제전문가로 구성된 WHO 자문단은 공기감염이 코로나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으로 인해 WHO와 CDC는 일반인에게 마스크 착용은 과잉대응이라며 마스크는 보건 종사자를 위해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CDC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이들에게만 마스크를 추천했고, 무증상 감염자도 코로나19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기 시작했다.

리디아 모로스카 호주 퀸즐랜드대 대기과학·환경공학과 교수 등 전 세계 32개국 연구진 239명은 WHO에 공개서한을 보내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위험에 대해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서한은 이번 주 과학 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크게 보는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하면 에어로졸을 대량으로 내뱉거나 들이쉬어 감염 우려를 높이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주택이나 시설 내부의 공기순환 방식을 개선하고, 실내공기를 자외선으로 소독한다면 역시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