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 의원 출신의 김 전 의원은 일찌감치 약속한 대로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고 국회를 떠났지만 그의 정치 여정은 멈추지 않고 있다. 다음 대선에서 우파 집권을 이뤄 내겠다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 설립을 주도하고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냈다. ‘킹메이커’로 나선 것이다. 그는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의 목표는 진주 같은 잠룡들이 물 위로 떠오를 수 있게 도움과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사회주의라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입안한 사람은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마르크시스트(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자유대한민국 헌법은 시장 경제를 표방하는데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으로 마르크시스트를 앉혀 놓으니 거기에서부터 경제가 틀어진 거예요. 소득 주도 성장은 무식한 대통령과 좌파 경제학자의 합작품으로, 절대 태어나선 안 될 괴물입니다. 소득도, 성장도 없었어요. 청와대에서 경제 정책을 다루는 사람은 거시경제 전문가여야 합니다. 그런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재무학을 전공했어요. 가선 안 될 자리에 간 거예요. 국가 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입니다. 경제학 원론 정도는 이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해요. 문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르다 보니 그런 우를 범하는 겁니다. 검증되지 않은 학설로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다가 결국 국민들만 피해자가 됐어요. 임금이 많아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성장한다는 것은 한 부분만 알고 있는 겁니다. 일자리가 줄고 중산층도 줄었잖아요.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면 중단해야죠. 전·현직 경제부총리한테 실망했어요. 대통령을 설득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직을 던지고 나와야지…. 홍남기 부총리는 재난지원금을 국민 50%에게 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으면 고수해야죠. 70%로 후퇴한 것까지는 좋은데 100%로 하자고 하면 직을 던져야죠. 그러면 영웅이 되는 거지…. 정치인들은 포퓰리스트잖아요. 정치인 주장대로 하면 나라 망하는 거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여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불을 끄기 위해선 시급하게 물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이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은 지속 불가능합니다. 보편적 복지로 성공한 나라가 없잖아요. 보편적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증세하는 길밖에 없죠. 흔히 좌파 정치인들이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을 복지 국가의 모범 사례로 꼽는데 그 나라들의 국민 담세율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아요. 약 48% 되잖아요. 우리는 20%밖에 안 됩니다. 국민들에게 ‘복지 혜택을 더 주기 위해 세금을 올릴까요’라고 물어봐야죠. 나는 재난지원금 준다고 할 때 절대 안 된다고 성명서를 냈습니다. 표결 당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편적 복지 법안인데 우리가 반대해야 하는데 고함을 질렀지만 우리 당(통합당)에서 반대 표가 7명밖에 안 나왔어요. 이게 포퓰리즘입니다.”
▶여권은 국가 부채 수준을 놓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다. 60%까지 가도 괜찮다’고 합니다.
“무식의 발로입니다. 복지 수준을 이대로 유지하더라도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복지 수준을 더 높이면 부채는 더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죠. 선진국이 겪은 과정을 답습하려고 하는데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국가 재정 건전성을 잘 유지하면서 복지 수준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국정 운영 능력입니다. 복지 수준을 더 높이고 국가 부채 비율이 올라가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우리에게 비상등을 켜게 되죠. 돈 있는 국민들은 국채를 사게 되고 회사채는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오게 됩니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할 때 부채 비율 40%에 대해 난리쳤거든요. 40% 마지노선을 깨뜨린 문재인 정부는 역사적으로 큰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라 망쳐 먹을 공짜 복지를 부르짖는 정치인의 지지율이 높게 올라가는 겁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보면 나라를 거덜 낸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과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정권을 보는 것 같습니다.”
▶통합당에서도 기본소득제를 주장합니다.
“기본소득제는 실현 불가능한 겁니다. 우리 당에서도 주장하는 사람들은 화두 선점 때문이라고 해요. 또 여당이 찬반으로 갈려 분열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한다는데 잘못됐습니다. 줄줄 새는 복지 예산을 바로잡기 위해 스위스 우파들이 주장했지만 국민투표에서 졌잖아요. 핀란드는 실험에 나섰다가 실패했죠.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물어보니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상되는 대량 실업에 대비하기 위해 이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해요.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확실한 입장을 빨리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부동산 대책을 21번 내놓았지만 실패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부는 시장 기능에 맡겨 놓지 않고 공급과 수요를 억제하는 반시장 정책을 펴다 보니 결과는 실패입니다. 그러니까 사회주의 국가라는 겁니다. 내가 초선 의원 때부터 주장했던 것은 서민들이 직장과 가까운 도시 안에 살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박원순 서울시장한테 용적률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죠. 그러면 원가가 떨어져 집을 싸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도심 내 재개발 사업을 과감하게 해야 합니다. 그린벨트도 과감하게 풀어야 해요.”
▶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하는 등 ‘운전자’ 역할에 다시 나서는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 내가 우리 당에서 북핵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전제 아래 전략을 세우라고 정부에 수십 차례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얘기했다고 했어요. 무식하고 무지하고 무능하든지 국민을 속이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북한은 3년여 만에 평화의 상징처럼 돼 있는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켜 버렸잖아요. 북한 고위 당국자가 비핵화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증명됐어요. 또 대한민국 대통령 입으로 한반도 비핵화란 말을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수십 차례 얘기했어요. 그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의미합니다. 그 저의는 주한미군 철수죠. 핵전략 자산을 갖고 있는 미군이 있는 한 남한도 핵이 있다고 간주하는 거죠. 지금 미군이 철수하면 됩니까. 종전 선언이란 말도 절대 해선 안 됩니다. 그게 바로 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거죠. 참 한심합니다.”
▶정치 얘기로 넘어가 직접 대선 출마가 아닌 킹메이커로 나선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는 과거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 28주 동안 여론 조사 지지율 1등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보다 높았지요. 2012년 대선 때 박 전 대통령 캠프 총책임을 맡았잖아요. 그랬던 정권이 실패했습니다. 책임을 져야죠. 내가 만든 대통령을 내 손으로 탄핵 주도했는데 대선에 나간다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면서 같은 날 불출마 선언을 했어요. 탄핵을 주장할 때 이것이 미래에 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결단을 내렸죠. 내 개인의 정치인생은 억울하게 됐지만 그게 내 업보지…. ‘더 좋은 세상’ 포럼의 목표는 잠룡에게 물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겁니다. 당 조직 속에 들어가 표를 어떻게 얻느냐는 두려움 때문에 대선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진주 같은 사람들을 돕자는 겁니다.” ▶거론되는 통합당 주자들의 지지율이 낮은데 염두에 둔 주자가 있습니까.
“특별히 거명할 수 없고…. 우리 당 내에 인물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은 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알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 나라를 이렇게 살리겠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남이 부추긴다고 될 일이 아니죠. 특히 민주적 사고방식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됩니다. 독선적·독재적 발상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 다 실패했어요. 문 대통령도 여덟째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거론한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 위원장이 백종원 발언도 했죠. 그때그때 사회적 여론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발언을 했을 때는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높았지요.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 김세연·홍정욱 전 의원이라고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백종원 얘기를 한 것도 자극을 주고 흥행을 붙이는 거죠.”
▶윤석열 검찰총장이 통합당 대선 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윤 총장은 공무원이고 임기 2년 중 1년 정도 지났어요. 특히 검찰총장 임기 2년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임기 한복판에 있는 사람을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오잖아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더 때리면 더 올라가겠지요. 윤 총장은 국민들이 좋아할 타입입니다. 박근혜 정권에서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일했죠. 그때는 현 정권 쪽에서 윤 총장을 얼마나 높게 평가했습니까.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소임을 다하고 있어 국민들이 열광하는 거지…. 윤석열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 있는 거죠. 윤 총장이 굴하면 그대로 끝납니다. 만약 윤 총장이 대선에 마음이 있다면 변신해야 합니다. 검사가 하는 일과 정치인이 하는 일은 달라요.”
▶어떻게 변신해야 하나요.
“법조인이 정치권에 와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법과 정치는 다르죠.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를 해결하는 게 정치입니다. 정치적 소양을 쌓아야 합니다.”
▶뒷받침할 세력이 없는 상황인데 가능하겠습니까.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해 초 대표 경선에 나오니 사람들이 붙는 것 보세요. 출마 선언하고 한 달 만에 당 대표가 됐잖아요. 그런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다만 황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표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 전문가들의 자문과 충고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어요. 정치는 유연성입니다. 양보가 없으면 타협이 안 됩니다. 반면 법은 성문화된 조문에 양보 없이 적용한다는 점에서 정치와 법은 다른 거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함께해야 한다고 봅니까.
“해야죠. 안 대표가 독자적으로 나와 대통령이 될 수 있겠어요. 안 대표의 지지표가 민주당 표는 아니잖아요. 안 대표도 그러한 우를 범해선 안 됩니다. 나라를 구해 놓고 봐야죠.”
▶당초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불렸는데 박 전 대통령과 멀어진 이유는 뭡니까.
“나는 박 전 대통령을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던 사람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출중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부족한 부분도 있죠. 이걸 고쳐주겠다고 덤벼들었어요. 그러다 멀어진 거죠. 권력자한테는 항상 간신들이 들끓어요. 지도자는 간신이냐 충신이냐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는데, 사면을 주장하는 이유는 뭡니까.
“탄핵은 정치 재판이죠. 정치 재판과 형사 재판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절대 부정할 사람이 아니에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한테 속은 거죠. 그걸 가지고 33년형을 때리고 3년 넘게 감옥에 붙잡아 놓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친박에게 탄핵의 주범으로 꼽혀 왔습니다.
“탄핵 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지고 국정이 마비됐어요. 대통령 권위가 없어져 버렸죠. 친박 핵심이 모여 도저히 수습이 안 된다며 하야를 건의하자고 했어요. 나는 하야는 민중봉기라 보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의원총회에서 2017년 4월 말 퇴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했죠.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설명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하야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탄핵을 원했죠. 탄핵을 제일 먼저 주장한 게 친박 김진태 전 의원이었습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죠. 그다음 내가 탄핵을 주장했는데 나보고 배신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지….”
▶당 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화려한 정치 이력을 가졌지만 곡절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역대 최고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도 받았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니 나부터 죽였어요. 2008년 총선 때 공천을 못받았죠. 진짜 자살충동까지 느꼈습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니 또 나부터 죽였어요.”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고은이 기자/사진=서범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