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예비판결에 대웅제약·메디톡스 운명 엇갈려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 분쟁서 '승기 잡아…국내 소송전도 속도
메디톡스, 휴젤 등과 균주 출처 분쟁 이어갈지 주목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회사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당장 미국에서 벌이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메디톡스는 ITC 예비판결을 계기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 시술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의약품이다.

미국 ITC는 6일(현지시간)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 판결에서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불공정경쟁의 결과물로 보고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

메디톡스가 지난해 1월 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하면서 수입 금지하도록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담은 기술문서를 훔쳐 갔다고 본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2014년 국내에서 출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지난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품이기도 하다.

당시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의 위상을 높인 성과이자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예비판결로 나보타의 미국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는 11월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게 대웅제약의 주장이지만 수입금지 권고가 나온 만큼 기존과 같은 영업활동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비 판결은 오는 11월까지 ITC 전체위원회의 검토와 미국 대통령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나보타 사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지만, 대웅제약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로부터 4천만 달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등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현지 마케팅을 하고, 대웅제약은 추후 주식 전환으로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송전이 가속하는 상황은 대웅제약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이번 ITC 예비판결을 국내에서 벌이는 민·형사 소송에 참고자료로 제출하는 등 소송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보툴리눔 균주 출처와 관련한 소송을 위해 분기마다 약 100억원을 넘게 써왔던 터라 관련 비용을 지속해서 지출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계에서는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데 따라 균주 출처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메디톡스는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업체의 보툴리눔 균주 출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해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업계 1위 휴젤 등으로 화살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美 첫진출 국산보톡스 10년간 수입금지…대웅제약 미국사업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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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