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태풍이 불고 지나갔지만 인수합병(M&A) 시장은 의외로 잠잠하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그룹과 대한항공이 매물로 내놓은 회사와 사업부 등을 제외하고는 별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과거 대기업들이 매각한 계열사가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있어 매물을 내놓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의 코오롱화이바가 대표적이다. 코오롱은 수익성 높은 첨단소재에 집중한다는 그룹 방침에 따라 코오롱글로텍의 부직포 사업부(코오롱화이바)를 작년 말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610억원이었다. 몇 달 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마스크용 부직포 가격이 최대 4~5배로 급등하고 주문이 폭증했다.

LS그룹 경영진도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2017년 약 1조500억원에 LS오토모티브 지분 47%와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를 미국계 PEF인 KKR에 팔았다. 동박·박막사업부는 꾸준한 투자로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2차전지의 핵심소재 기술력을 확보했으나 당시까지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이듬해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극적으로 늘었다. SK그룹은 올초 KKR로부터 1조2000억원에 이를 다시 인수해 SK넥실리스로 이름을 바꿨다. KKR의 성공적인 투자였다는 평가다.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SK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때문에 매각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사례도 있다. 홍콩계 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3년 멜론 운영기업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엠)를 2900억원에 사들여 3년 만에 카카오에 약 1조5000억원에 되팔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