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5월까지 국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조원 이상 덜 걷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한 중앙정부 지출은 25조원가량 늘었다. 세금은 덜 걷히고 지출은 증가하다 보니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5월까지 세금 21兆 덜 걷혔는데…25兆 더 썼다
7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5월 국세수입은 17조6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12조6000억원(41%) 줄었다. 통계 작성 후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법인세 수입도 10조8000억원 줄었다. 작년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던 여파다. 소득세도 3조5000억원 덜 걷혔다. 1~5월 누계 국세수입은 11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1조3000억원 줄었다.

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대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곳간을 열었다. 1~5월 총지출은 259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조5000억원 증가했다.

재정적자 폭과 나랏빚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해 실질적인 국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5월 -77조9000억원이었다. 역대 최대 폭의 적자다.

거덜나는 나라살림…5월까지 적자 78兆, 벌써 작년 적자 '훌쩍'

나라살림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금 수입은 쪼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은 급증 추세다. 이로 인해 재정 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개인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기도, 이들을 상대로 세금을 더 내라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엔 이런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올 1월 1조7000억원이었던 재정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는 3월 55조3000억원, 5월 77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지 않아 이미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54조4000억원)를 훨씬 넘어섰다.

5월까지 21조원 세금 수입 감소

올해 재정 적자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란 것은 기정사실이 돼가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총 5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영향이 크다. 이를 감안한 올해 재정 적자 규모는 111조5000억원, 작년의 두 배가 넘는다.

문제는 이 목표마저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세수 부진이 심각해서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13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올 1~5월 국세 수입은 118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조3000억원 줄었다. 이미 연간 감소치를 넘어선 것이다.

법인세 수입이 특히 부진하다. 올 1~5월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액이 13조9000억원에 이른다. 5월 한 달에만 10조8000억원이 줄었다. 작년과 올해 영업이익이 줄거나 아예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4월까지 2조6000억원 수입이 늘었던 소득세도 5월에만 3조5000억원 감소를 기록했다. 이런 탓에 1~5월 누계 9000억원 감소가 됐다. 부가가치세도 1~5월 2조8000억원이 덜 걷혔다. 소비 부진 영향이다.

반면 재정 지출은 증가일로에 있다. 5월에만 작년 동월보다 11조5000억원 많은 49조8000억원을 썼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영향이 컸다. 1~5월 누계 총지출은 25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조5000억원 증가했다. 78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가 난 이유다.

“올해 세금 20조원 감소할 것”

정부는 세수 부진에 대해 세금 납부 기한 연장 등 세정 지원 영향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개인사업자 등의 종합소득세 납부 기한을 5월에서 8월로 미뤄줬다. 작년 12월 결산법인은 올 3월까지 법인세를 내야 했는데 이 역시 3개월 늦춰서 받기로 했다. 이들 조치의 세수 감소 효과는 8조9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납부 유예 등까지 합쳐 총 10조6000억원이 세정 지원으로 인한 감소분이다. 이 금액은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어서 1~5월 순수한 국세 감소액은 10조7000억원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10조7000억원도 올해 연간 국세 감소 전망치(13조8000억원)와 큰 차이가 안 난다. 목표를 지키려면 올 6~12월 세수 감소폭을 3조원 정도로 막아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내수가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내내 세수 부진이 계속돼 지난해 대비 20조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인세가 특히 문제다. 올 1~3월 법인세는 법인의 작년 실적이 기반이지만 4월부터는 올해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세계의 코로나19 확산이 빨라져 수출 부진이 커지고 제조업 기업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53곳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3.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나서 올해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각종 재정 지원 사업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수 부진을 타개하려면 경제 활력을 살리는 수밖에 없다”며 “기업 투자 활성화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서민준/성수영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