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당정이 추진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이 도입 준비를 마쳤다. 임대료 증액을 제한하고 세입자가 요구하면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는 내용 등이다. 이와 맞물려 임대사업자들의 세제 혜택을 없애는 법안도 추진된다. 3법이 시행되면 일반 임대인들과 임대사업자의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21대서 재발의 마친 ‘임대차 3법’

7일 국회에 따르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전·월세 신고제’를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8월 같은 당 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뒤 상임위에서 계류하다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던 법안이다.

▶본지 2020년 6월4일자 A4면 참고

개정안은 전·월세 보증금 등 임대차계약 관련 내용을 30일 안에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매매계약의 경우 2006년부터 실거래신고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전·월세계약은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신고한 주택에 대해서만 실거래 정보가 등록된다. 앞으로 모든 전·월세계약 정보가 등록되면 정부가 집주인들의 임대현황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집코노미] 준비 끝난 '임대차 3법'…존폐 기로 '임대사업자'
신고 대상 보증금 수준이나 지역은 같은 법 시행령을 통해 따로 정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구체적 범위를 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보증금이 3억원 이상인 주택에 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무섭게 이미 여럿 발의됐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 상승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6건 가운데 5건에서 증액 상한을 5%로 정하고 있다. 임대사업자와 같은 수준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요구할 경우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윤후덕·백혜련·박홍근 의원의 발의안은 청구권 1회를, 김진애·심상정 의원의 발의안은 2회를 주도록 했다. 심 의원 발의안의 경우 임대차계약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임대차계약기간을 최대 9년(기존 3년+갱신 6년)으로 둔 것과 마찬가지다. 박주민 의원이 낸 개정안은 아예 청구권 한도가 없다.
[집코노미] 준비 끝난 '임대차 3법'…존폐 기로 '임대사업자'
◆“임대등록 하랄 땐 언제고…”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될 경우 사실상 일반 임대인과 등록 임대사업자의 차이가 없어진다. 임대사업자는 임대료 증액제한(5%)과 4~8년의 의무임대기간을 지키는 대신 세제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일반 임대인들이 지켜야 하는 임대차 3법에도 이와 비슷한 의무 사항이 모두 담기게 된 것이다.

이와 맞물려 임대사업자들에게 주던 세제 혜택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절세 탈출구’로 이용하면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잇따라 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주던 다양한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종부세를 물지 않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는 것과 지방세 감면 등을 없애기로 했다.

임대사업자의 종부세 합산 배제와 장특공제 배제는 2018년 ‘9·13 대책’에서 이미 한 차례 축소됐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이하(서울·수도권 기준)이면서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등록할 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마저도 없애자는 게 골자다. 최근까지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민하던 한 다주택자는 “3년 전만 해도 장관이 방송에 나와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유했다”며 “정책이 죽 끓듯 변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임대인들은 과태료와 함께 그간의 세제 혜택을 돌려내고 자발적으로 폐업한 뒤 증액 제한 이상으로 보증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관련 제도들이 시행되기 전 보증금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