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호소 8명 "피고인 잘못 없다" 번복…실형 확정판결 다시 심리
전례 찾기 힘든 '무더기 위증 자수' 사기죄 재심 개시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피해를 호소하던 이들의 무더기 위증 자수로 개시 결정된 사기죄 재심 첫 공판이 8일 열린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50분 316호 법정에서 A(42)씨 사기죄 사건에 대한 재심을 시작한다.

대전의 한 정보기술(IT) 업체 대표이자 판매법인 대주주였던 A씨는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와 게임기 등을 출시할 것처럼 속여 2009∼2010년에 15명으로부터 1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2017년 5월 기소됐다.

2018년 2월 대전지법 형사12부 선고(징역 3년)를 거쳐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1부는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하고, 같은 해 8월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내렸다.

이어 2018년 12월에는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됐고, A씨는 현재 복역 중이다.

그런데 몇개월 뒤 피해자 15명 중 8명이 "수수료 지급이나 유통점 계약에 따른 혜택 등에 대한 설명은 피고인이 한 게 아니다"라며 검찰에 자수했고, 모두 위증죄로 벌금형(500만원)을 받았다.

전례 찾기 힘든 '무더기 위증 자수' 사기죄 재심 개시
A씨는 8명의 무더기 위증죄 처벌을 이유로 지난 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문에서 "(8명의) 원심 법정 증언이 피고인 사기죄를 인정하는 데 인용됐다"며 "그 증언이 허위인 것이 증명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피해자 7명에 대한 사기죄의 경우엔 재심사유가 없지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 사건 판결 전부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대전 지역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피해를 주장하던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돌연 법정에서 한 진술을 바꾼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위증죄는 국가 사법 기능을 침해하는 위험한 범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위증죄 벌금을 피고인 측에서 대신 내준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 회사에 관여했던 B씨는 "일부 증인이 피고인 측 관계자로부터 벌금에 해당하는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녹취가 있다"며 재심 재판부에 제출하는 한편 검찰에 범인도피 혐의 등 수사를 의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