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떨어지고 주택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상가투자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장기화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대외 여건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게 상가투자다.

상가투자를 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건 업종별 필요 가구 수다. 편의점이 잘되기 위해선 배후에 최소 500가구가 있어야 한다. 김밥집이 잘되기 위해선 3000가구가 필요한 조건이다. 그렇다면 상가건물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몇 가구 이상의 배후수요를 갖춘 입지에 투자해야 할까.

부산의 한 재개발 지역 지도를 보다 ‘이 자리 좋네’라고 가리킨 입지가 있다. 원래 1000가구 정도의 단독·다가구 밀집 지역의 주동선에 있는 입지였다. 이 다가구가 재개발되면서 2000가구로 불어난 것이다. 그렇게 2000가구의 새 단지 주동선에 있는 단독주택은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번듯한 4층짜리 상가건물로 탈바꿈한 상태다.

그렇다면 왜 2000가구인가. 근린상권이 형성되려면 최소 2000가구는 갖춰 줘야 하기 때문이다. 빵집과 학원, 의원, 중급 규모의 마트, 술을 취급하는 일반음식점 등은 2000가구만 갖춰져도 그럭저럭 월세를 내고 유지를 할 수 있다.

재개발 구역에 들어선 한 상가건물을 예로 들어보자. 토지 330㎡에 건물은 1층 142㎡, 2~4층은 150㎡ 정도다. 층별 임대 현황을 살펴보면 1층은 중형마트, 2층은 한의원, 3층은 미술학원, 4층은 태권도장이 영업하고 있다. 1층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50만~500만원, 2층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250만원, 3층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230만원, 4층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80만~2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상가건물 전체로 보자면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1000만원 내외의 임대 수입이 가능한 건물인 셈이다.

임대인의 성향과 임차인의 영업능력에 따라 실제로 지급되는 임대료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입지에서 면적에 따라 납부하는 임대료 수준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정해진 시세가 있다. 그만큼 배후 2000가구를 확보한 입지는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상가건물이 지어지기 전의 단독주택은 약 9억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연면적이 636㎡인데 건축비와 부대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건축과 철거에 따른 비용은 9억원 이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18억원 정도를 들여 새 건물을 지은 셈이다.

"상가 건물 짓거나 투자할 땐 '2000가구 법칙' 기억하세요"
그렇다면 시세는 얼마나 할까. 30억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보증금을 제외한 실투자 수익률 연 4%면 상가건물로 괜찮은 수익으로 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역산하면 쉽게 시세를 얻을 수 있다. 30억원에서 보증금(2억5000만원)을 빼면 27억5000만원이고, 이에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익률 4%를 곱하면 연 수익 1억1000만원이 나온다. 이를 월세로 환산하면 나누기 12를 하면 된다. 이 수치가 약 916만7000원이다. 앞서 예상한 임대료 1000만원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즉 예상했던 임대료가 맞다면 4%의 수익을 충족하고도 남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2000가구 법칙을 잘 지켜서 단독주택을 상가건물로 개발한 모범 사례다. 상가를 지을 때 배후수요 법칙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