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시는 지난 3월 낡고 오래된 세운상가 인근을 도시재생을 통해 도심제조산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죠.

여러 걸림돌 때문에 서울시 발표를 믿고 기다린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어 정작 기존 소상공인 정착이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3월, 낡은 세운상가를 도심제조산업 허브로 재생시키겠다는 발표 이후 서울시는 기존 상가에 세들어 살던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당장 철거를 앞둔 세운상가 구역 내 상인들을 위해 지식산업센터를 지어 이주를 유도하고,

<싱크> 강맹훈 전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3월 4일)

"저 3-6, 7구역이 40개 정도의 기존 업체가 있습니다. LH 비축 토지에서 내년 8월이면 공급되는 물량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잘 조정하면, 대부분 기존 원하는 사람들은 다 이주할 수 있도록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에만 예산 약 40억원을 들여 재개발 구역 내 빈 집 50호를 리모델링해 상인들이 이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현재까지 구역 내 빈 집을 한 채도 매입하지 못했습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171개 구역 가운데 152개를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던 기존 계획이, 실제로는 89개 구역만 해제되면서 구역 내 빈 집 매물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당초 발표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 예산과 기획이 아니었냐는 의문도 따라붙습니다.

<인터뷰> 지자체 관계자

"워낙 비싸요. 기획재정부 땅이 빈 집이 있는데, 거기에 3-6구역 있는 분이 그쪽으로 가고싶다, 알아봐달라고 해서 알아봤더니 임대료가 한 달에 400만원이에요. 지금 이 분이 한 달에 50만원 내고 있는데. 주겠다고 해도 못 들어가는 거죠."

기존 상인들을 입주시키겠다던 LH지식산업센터는 관련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대로 적용될 입주요건 때문에, 정작 예전부터 낡은 공장을 운영하던 영세 상인들이 들어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지역 내 일부 상인들은 새로 지어지는 지식산업센터에 우선 입주 요건을 달라고 요구하지만, 서울시와 지자체는 절차에 따라 해당 사안을 논의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인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서울시가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옵니다.

서울시의 대책 발표 전까지 세운상가 3-6구역과 7구역에서 이주를 기다리던 세입자는 96명. 이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상인은 10명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세운상가 내 상인

"지금 그 분들은 자발적으로, 문래동이나 이런 데로 여기서 도저히 안 되서 떠났어요. 떠나고 있는 중이고 떠나갔어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집들도 지금 여기서 포기하고 문래동으로 간다고. 도저히 장소가 안 되서 물러났는데."

전면 철거 후 재개발 대신, 기존 서민들의 삶을 함께 지키겠다는 세운상가 도시재생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볼 부분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서울시, 빈 집 하나도 못 샀다…세운상가 도시재생 `삐걱`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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