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부터 프리랜서까지'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봇물
"매장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게 무서울 정도에요.

"
8일 광주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50) 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자영업자 등에게 15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조그마한 옷가게를 운영한다는 김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장에 구경하러 들어오는 손님조차 아예 없는 실정"이라며 "생계를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장 문을 열고 있긴 하지만 문 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홀로 버는 수입으로 고등학생인 두 자녀까지 책임져야 하는 김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 "밤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에게만 지급하던 고용안정지원금을 정부가 자영업자에게까지 확대하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피아노 매장을 운영하는 김경남(52) 씨도 평소 수입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주로 일반 가정·학원 등을 방문해 피아노를 조율하거나 수리해주는 일이 주 수입원이지만 코로나19로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 일감이 확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어디 가서 부업이라도 하고 싶지만 모든 사업장이 문 닫고 축소하는 마당에 제가 일할 만한 자리가 있겠냐"며 "그래도 한 푼이 아쉬울 때인데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센터가 마련한 오프라인 창구는 이들처럼 각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프라인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보름여 동안 센터에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은 1만340명에 달했다.

더욱이 개인이 사업장을 차린 의사와 변호사 등의 전문직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측 관계자는 "5인 이하 종업원을 둔 사업장 등에서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증빙을 할 수 있으면 지원 대상이 된다"며 "직종에 상관없이 지급 조건에 해당하면 누구나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청 접수에 센터 측은 가용 인력 50명을 투입하고도 업무 과부하에 걸렸다.

이미 코로나19로 기업 지원과 실업자 지원 등의 업무를 맡아 일손이 부족한 센터 측은 광주시로부터 5명을 지원받고 기간제 근로자 8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매일 야근을 하다시피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신청자 숫자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특수고용직의 경우 업종과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준비해야 할 서류도 각각 다른 만큼 상담과 신청 접수에 필요한 시간이 더 길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지원금 지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한시가 급한 신청자들은 지원금을 언제 지급받을 수 있을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방과 후 교사를 하는 A(36)씨는 "학교가 개학하기 전까지 수업을 아예 하지 못하다 인제야 일을 시작했다"며 "다음 급여를 받을 때까지가 가장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에 신청한 사람도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지원금 지급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특수근로자·프리랜서·자영업자·무급휴직자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소득·매출이 감소했거나 휴직하게 된 경우 생계 안정 비용을 지원하기로 하고 1조5천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