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역류·고독…코로나 시대 예술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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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나혜석·장욱진·김승영 등
시대상황에 저항하고 역류하며
'예술 작업자'로 남은 14명 조명
회화·조각·설치 등 80여점 전시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작업’에 전시 중인 장욱진의 1987년작 ‘길에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AA.23149650.1.jpg)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지난 7일 개막한 ‘작업(Art Work)’전은 이런 ‘머릿속 예술’에 반기를 든다. 작업은 작가의 태도에서 오지만 태도가 곧 예술은 아니라는 것. 태도가 예술이 되려면 ‘작업’이라는 번역 과정, 즉 물리적·신체적 구현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술가에게 작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전시의 부제를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예술의 길을 묻다’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회귀', 캔버스에 아클릭, 유채, 248x333cm,1993.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1.23157853.1.jpg)
전시는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저항’, 시대의 조류·경향·유행에 쉽게 편승하지 않는 ‘역류(逆流)’, 고통과 고난을 견디며 혼돈 속에서 예술을 지키는 ‘고독’의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저항 섹션에는 고암 이응노(1904~1989)를 비롯해 나혜석 장욱진 조성묵 구본주를, 역류 섹션에는 황재형 안창홍 김창열 최상철 이진우를, 고독 섹션에는 오귀원 김명숙 홍순명 김승영을 배치했다.
![나혜석의 '자화상'. 캔버스에 유채._63.5x50cm,1928. 수원시립미술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1.23157914.1.jpg)
![황재형의 '도시락'. 알루미늄, 스폰지, 스프레이. 43x220×160㎝. 1981.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1.23157954.1.jpg)
![저항·역류·고독…코로나 시대 예술의 길을 묻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1.23157965.1.jpg)
토속적인 분위기가 짙은 장욱진의 ‘닭과 아이’ ‘황톳길’ ‘산수’ ‘길에서’를 비롯해 이응노의 ‘군상’ 목조각과 회화,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문자추상 ‘구성’, 나혜석의 ‘자화상’과 ‘나부상’, 구본주의 조각, 조형을 치유로 삼고자 한 조성묵(1940~2016)의 ‘빵의 진화’ 연작 등이 눈길을 끈다. 커다란 청동 원판에 코 위의 얼굴만 내놓은 ‘눈칫밥 삼십년’과 양복 차림의 사내가 벽의 구석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는 ‘위기의식2’에선 소시민의 자화상 느낌이 진하게 배어난다.
![저항·역류·고독…코로나 시대 예술의 길을 묻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1.23158019.1.jpg)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은 “이들은 모두 인생의 한때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비주류와 타자로 분류되는 경험을 감내했고, 이런 소외를 견디면서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림은 가장 정직한 것이다. 꾀를 부리면 부린 만큼 화면에 나타난다”고 한 장욱진의 생전 인터뷰가 긴 여운을 남기는 전시다. 오는 9월 20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