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완의 21세기 양자혁명] 양자텔레포테이션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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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은 1966년 이후 TV 드라마와 영화로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북돋워 왔다. 그중 우주 공간을 누비는 거대한 우주선 여행 외에도, 우주선이나 가까운 행성으로 자주 단거리 여행을 하는데 이 같은 이동 장면에 들어갈 세트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텔레포테이션’이 고안됐다.
텔레비전의 ‘텔레’처럼 ‘멀리’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접두사를 ‘옮긴다’는 뜻의 라틴어 어근 ‘포트’에 붙인 것은 별로 좋은 조어법은 아니지만, 텔레포트는 이미 굳어진 말이다. 원격전송이 정확한 번역이겠지만 한 곳에서 사라지고 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나타나니 ‘순간이동’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 순간이동은 수많은 공상과학영화와 게임 등에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1993년 IBM의 찰스 베넷 박사와 그 동료들이 양자물리학적인 상태를 양자얽힘을 이용해 원격전송하는 방법을 고안한 이후 여러 실험실에서 ‘양자텔레포테이션’이 실험적으로 검증됐다. 스타트렉처럼 사람을 텔레포트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오해 또한 많다.
또 다른 오해는 똑같은 복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은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팩스는 문서 원본은 여전히 한 곳에 있고 그와 똑같은 복제품이 다른 곳에 나타나게 하는 방식이다. 즉, 원본이 어떻게 돼 있는지 그 정보를 읽어내 멀리 보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원본과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팩스를 이용하면 똑같은 것이 두 군데 이상 있게 할 수 있는 셈이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은 복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원본을 읽어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원본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그대로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원본은 벨 측정에 의해 완전히 다른 상태로 바뀐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을 비유적으로 설명해 보자. 십자나사가 깊은 구멍 속에 박혀 있는데, 열십자로 생긴 홈의 뻗은 네 방향 중 위쪽의 방향을 알아내려고 한다. 기다란 십자드라이버 끝을 그 나사머리에 대고 돌려보면 어느 순간 딸깍하고 홈에 들어맞게 될 것이다. 십자드라이버의 손잡이 방향은 십자나사머리의 홈 방향과 상관관계가 이뤄지겠지만, 90도씩 차이가 나는 네 방향 중 어느 쪽이냐 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십자나사머리의 홈에 드라이버 끝이 네 방향 중 어떻게 들어맞느냐 하는 것이 벨 측정에 해당한다. 십자드라이버의 끝과 손잡이는 서로 상관관계가 있고, 양자얽힘에 해당한다. 십자나사의 원래 방향은 손잡이의 방향과 벨 측정으로 결정된 네 가지 방향을 결합해 복원된다.
당연히 사람도 텔레포테이션이 가능한지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의 얽힘이 필요하다. 원자 개수만 하더라도 1조(兆)의 1경(京) 개 이상이 되는 시스템의 얽힘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단연코 불가능하다. 두 얽힌 사람을 만드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심각한 범죄가 될 것이다.
프랭크 티플러와 스티븐 호킹은 마치 디지털 정보를 USB에 담듯이 사람을 정보로 바꿔 우주의 다른 곳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그 정보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인류 이주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똑같은 사람을 여기저기 복제해 놓을 수도 있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속속들이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은 양자정보를 읽지 않고 모르는 채로 보낸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양자정보는 완전히 읽어 낼 수도, 복사될 수도 없다.
김재완 < 고등과학원 교수 >
텔레비전의 ‘텔레’처럼 ‘멀리’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접두사를 ‘옮긴다’는 뜻의 라틴어 어근 ‘포트’에 붙인 것은 별로 좋은 조어법은 아니지만, 텔레포트는 이미 굳어진 말이다. 원격전송이 정확한 번역이겠지만 한 곳에서 사라지고 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나타나니 ‘순간이동’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 순간이동은 수많은 공상과학영화와 게임 등에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1993년 IBM의 찰스 베넷 박사와 그 동료들이 양자물리학적인 상태를 양자얽힘을 이용해 원격전송하는 방법을 고안한 이후 여러 실험실에서 ‘양자텔레포테이션’이 실험적으로 검증됐다. 스타트렉처럼 사람을 텔레포트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오해 또한 많다.
동시·원본 복제와는 달라
순간(瞬間)은 문자 그대로 눈 깜짝할 동안을 나타내지만, 동시(同時)라는 뜻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동시성은 상대적이다. 한 관측자가 보기에 다른 두 지점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움직이고 있는 다른 관측자가 보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 관측자가 보기에 한 곳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면, 어떤 관측자에게는 물체가 동시에 두 곳에 있든지 또는 한동안 이 우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즉, 한 곳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곳에 나타나는 일은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또,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빛보다 빨리 이동할 수도 없다. 따라서 텔레포테이션을 굳이 순간이동으로 번역한다면, 이 순간은 동시라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빛이 이동하는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또 다른 오해는 똑같은 복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은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팩스는 문서 원본은 여전히 한 곳에 있고 그와 똑같은 복제품이 다른 곳에 나타나게 하는 방식이다. 즉, 원본이 어떻게 돼 있는지 그 정보를 읽어내 멀리 보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원본과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팩스를 이용하면 똑같은 것이 두 군데 이상 있게 할 수 있는 셈이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은 복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원본을 읽어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원본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그대로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원본은 벨 측정에 의해 완전히 다른 상태로 바뀐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을 비유적으로 설명해 보자. 십자나사가 깊은 구멍 속에 박혀 있는데, 열십자로 생긴 홈의 뻗은 네 방향 중 위쪽의 방향을 알아내려고 한다. 기다란 십자드라이버 끝을 그 나사머리에 대고 돌려보면 어느 순간 딸깍하고 홈에 들어맞게 될 것이다. 십자드라이버의 손잡이 방향은 십자나사머리의 홈 방향과 상관관계가 이뤄지겠지만, 90도씩 차이가 나는 네 방향 중 어느 쪽이냐 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십자나사머리의 홈에 드라이버 끝이 네 방향 중 어떻게 들어맞느냐 하는 것이 벨 측정에 해당한다. 십자드라이버의 끝과 손잡이는 서로 상관관계가 있고, 양자얽힘에 해당한다. 십자나사의 원래 방향은 손잡이의 방향과 벨 측정으로 결정된 네 가지 방향을 결합해 복원된다.
사람의 텔레포테이션은 불가능
양자텔레포테이션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벨 측정 결과의 정보가 송신처에서 얽힘의 다른 한쪽인 수신처로 전달돼야 한다. 이 정보 전달은 빛보다 빠를 수 없기 때문에 양자텔레포테이션의 전 과정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벨 측정은 원래 상태를 읽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상관관계를 형성하는 몇 가지 선택 중 하나로 정해지는 과정이다.당연히 사람도 텔레포테이션이 가능한지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의 얽힘이 필요하다. 원자 개수만 하더라도 1조(兆)의 1경(京) 개 이상이 되는 시스템의 얽힘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단연코 불가능하다. 두 얽힌 사람을 만드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심각한 범죄가 될 것이다.
프랭크 티플러와 스티븐 호킹은 마치 디지털 정보를 USB에 담듯이 사람을 정보로 바꿔 우주의 다른 곳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그 정보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인류 이주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똑같은 사람을 여기저기 복제해 놓을 수도 있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속속들이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은 양자정보를 읽지 않고 모르는 채로 보낸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양자정보는 완전히 읽어 낼 수도, 복사될 수도 없다.
김재완 < 고등과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