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만장자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로저 스톤과 관련된 계정과 페이지를 대거 삭제했다. 미국의 유명 인사들과 기업 사이에서 '트럼프 거리두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스트는 8일(현지시간) 경제 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언급하며 "나는 붉은 모자를 벗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는 2018년 10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 때 붉은 모자를 쓰고 나와 화제가 됐다. 웨스트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지하 벙커로 피신한 사례를 언급하며 "벙커에 숨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웨스트는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에 대해 "언론 홍보용이 아니다"며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특별할 게 없지만, 자신은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조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통령 후보로는 와이오밍 출신의 무명 여성 전도사인 미셸 티드볼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활동한 로저 스톤과 연관된 페이지와 계정 100여개가 2016년 대선 때 조직적인 허위 활동을 벌여 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스톤이 가짜 계정과 다른 속임수로 공공의 토론을 조작해왔다고 설명했다.

너새니얼 글라이셔 페이스북의 보안정책 책임자는 이날 54개 페이스북 계정과 50개 페이스북 페이지, 4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규정 위반으로 폐쇄했으며 스톤의 개인 계정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글라이셔는 스톤의 개인 계정에 대해 "그것들이 이 활동에 깊숙이 연루돼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가 조직적인 허위 활동을 금지한 페이스북 규정을 여러 번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이들 계정이 표명한 정치적 견해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가 가짜 뉴스를 단속하는 페이스북의 활동을 미국 정치 지배층의 핵심으로 더 가깝게 가져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