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추진 중인 두산건설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대우산업개발이 부상하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두산건설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대우산업개발이 지난달 제시한 두산건설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잠정 결정하고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상세 실사를 거쳐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3000억원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중국의 호텔 및 부동산 개발 기업인 펑화그룹 계열사다. 2011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옛 대우자동차판매 건설사업부문을 펑화그룹이 인수해 설립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두산건설을 매물로 내놓고 사모펀드, 건설사를 상대로 수요 조사를 벌였으나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부실 자산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업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두산건설의 물적분할 이후 인수 의향을 보이는 업체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일부 자산과 부채, 계약을 신설 회사인 밸류그로스에 넘기는 방식으로 회사를 물적분할했다. 미회수 채권이 있는 인천 학인두산위브아파트, 경기 일산제니스 상가 등의 부실을 털고 알짜 사업만 남겼다. 원매자가 추가 물적분할을 요구하면 응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이에 따라 당초 관심을 보였던 대우산업개발이 다시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대우산업개발은 자체 주택 브랜드 ‘이안’을 내세워 지방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분양 사업을 벌여왔다. 최근 수도권 진출을 노리고 고급 브랜드 ‘엑소디움’을 선보였으나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두산건설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고급 주택 브랜드 ‘위브’에 대한 시장 가치와 그동안 쌓은 시공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인수 가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빈/이현일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