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자율주행차에 특화한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전통의 반도체 강자 인텔을 추월했다.

엔비디아는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3.4% 오른 408.6달러로 마감했다. 사상 최고가다. 시총은 2513억달러(약 300조원)로 불어났다. 인텔은 이날 0.5% 상승한 58.6달러, 시총 2481억달러로 장을 마쳤다. 시총에서 엔비디아가 32억달러 차이로 인텔을 앞섰다.

엔비디아는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했으며 1999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21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가운데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엔비디아의 기존 주력제품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이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하나의 명령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과 달리 GPU는 다수의 프로세스를 한 번에 수행한다.

엔비디아는 이런 GPU의 특징을 살려 사업 영역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술로 확장하고 있다. 테슬라,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자율주행 부문에서 앞서가는 완성차업체들이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신사업 기대로 2016년초 대비 10배 이상 뛰었다. 인텔의 주가는 같은 기간 70%가량 올랐다. 올들어선 엔비디아가 68% 뛰는 동안 인텔은 오히려 3% 떨어졌다.

회사 실적에선 인텔이 여전히 엔비디아를 압도한다. 월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매출은 인텔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738억달러다. 반면 엔비디아는 146억달러로 5분의 1 수준이다. 주목할 부분은 엔비디아의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은 2016년 69억달러에서 지난해 109억달러로 3년 만에 58% 불어났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9억달러에서 28억달러로 뛰었다.

인텔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매출은 2016년 165억달러에서 지난해 198억달러로, 영업이익은 46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늘어났다. PC와 서버 부문에선 여전히 글로벌 1위다. 하지만 미래 성장성 부문에선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인텔은 성능이 뛰어난 대신 전력 소비가 많은 기존 칩에 안주하다가 전력 효율이 핵심인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참패했다. 최근에는 '15년 동맹' 애플이 맥북 등 PC용 칩에서 인텔에 결별을 선언하면서 CPU 강자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제조 부문에선 10㎚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 시장을 계속 빼앗기는 상황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칩 설계만 자체적으로 하고 생산은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 생산)에 맡기는 팹리스(fabless·생산시설이 없는) 기업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