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주식 29억달러(약 3조8000억원)어치를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버핏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공언에 따라 2006년부터 매년 거액의 기부를 하고 있다. 기부 당시 주식 가치 기준으로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370억달러(약 44조3000억원)에 달한다.

버핏은 주식 29억달러어치 가운데 80%를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다. 비영리단체인 게이츠 재단은 글로벌 보건 개선과 빈곤 퇴치, 교육 기회 확대 등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부액 가운데 나머지는 버핏 회장의 첫 부인의 이름을 딴 수전 톰슨 버핏 재단과 그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하워드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노보 재단 등에 전달된다.

버핏 회장은 작년에는 역대 최대인 36억100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투자 손실을 본 것을 감안하면 올해 기부액도 작년에 못지않은 통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에 보유 중인 항공주의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497억달러(약 60조6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버핏은 해마다 자신의 보유 주식을 자선단체에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다. 그의 자산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집계 기준으로 714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7위 부자에 올라 있다.

버핏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기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날 낸 성명을 통해 기부액 1000달러당 자신이 받는 세제 혜택은 43센트에 불과하다고 했다. 버핏이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가 지난해 낸 세금은 36억달러로 전체 미국 법인세의 1.5%를 차지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