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민어의 거리'를 가다

무더위가 절정인 삼복에 허해진 기운을 채우기 위해 보양식을 먹거나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는 일을 '복달임'이라고 한다.

복달임 보양식으로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 목포 '민어의 거리'
잊을만하면 한 번씩 목포를 찾곤 하지만 목포에 민어의 거리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목포 구도심에 속하는 중앙동1가로 들어서니 민어를 팔고 있다는 안내문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민어의 거리에는 줄잡아 10여곳의 민어요리 전문점이 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목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항구를 통해 신안 각 섬으로 연결돼 있다.

섬이 많으니 당연히 어류를 재료로 한 요리가 유명해졌다.

[酒먹방] 무더위 '복달임'엔 민어(民魚)
목포에 민어의 거리가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어의 거리 대부분 식당이 반세기 가까이 영업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 중 49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음식점 한 곳을 찾아봤다.

◇ 서민들은 먹을 수 없었던 민어
조선 시대 양반들은 여름철 보양식 중 으뜸을 민어탕으로 여겼다.

그러나 민어(民魚)는 이름과는 달리 백성들이 쉽게 먹을 수 없는 귀한 물고기였다.

숙종실록 17권에는 숙종 12년에 임금이 우암 송시열에게 옷감과 먹을 것을 내려줬다는 기록이 있다.

숙종은 팔순을 맞은 송시열에게 은전과 함께 면포 20필과 민어 20마리 등을 하사했다.

민어는 여름의 길목 6월부터 잡히기 시작한다.

산란을 앞둔 여름 민어는 양분을 몸속에 잔뜩 지닌다.

그래서 여름철에 가장 기름지고 맛이 달다.

민어는 낮에는 수심 40∼150m의 펄 바닥에 머무르다 저녁에는 상층부로 떠올라 먹이활동을 한다.

3년생이 되면 50∼60㎝까지 커진다.

[酒먹방] 무더위 '복달임'엔 민어(民魚)
옛 문헌에서도 민어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산란을 앞둔 여름철에 잡은 것이 가장 맛이 좋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장기를 보충하고 뼈를 강하게 하는 데에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민어가 좋다는 문구가 나온다.

민어는 동중국해에서 일본까지 서식지가 형성돼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잡히는 곳은 전남 신안군 앞바다의 임자도다.

일제 강점기에는 멀리 일본 규슈에서 온 어선까지 수백여척의 어선들이 몰려 민어잡이에 나섰다고 한다.

현재는 신안군 지도읍 수협어판장에서 민어가 가장 많이 유통된다.

민어의 거리 식당들은 대부분 지도읍 어판장에서 온 민어를 쓴다.

가장 신선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또, 낚시로 잡힌 민어를 선호한다.

한 마리씩 잡힌 민어가 그물로 잡힌 민어보다 상처가 덜하다.

◇ 가장 맛난 여름 민어
[酒먹방] 무더위 '복달임'엔 민어(民魚)
첫 메뉴는 당연히 대표적인 요리인 민어회였다.

큼직하게 썰려 나온 민어 회를 초장을 찍어 입안에 넣으니 구수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쫄깃한 식감이 아니라 부드러운 식감이다.

입안에 넣자마자 바로 눈 녹듯 사라진다.

민어회의 특징이다.

민어회는 다른 회와 달리 부드럽다.

민어전은 씹는 맛이 좋았다.

고소한 겉면은 계란으로 옷을 입힌 것이라 했다.

[酒먹방] 무더위 '복달임'엔 민어(民魚)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록'이라고 불리는 살코기 이외의 부분들이다.

다진 아가미와 부레, 생선껍질 등이 나왔다.

특히 쫄깃한 부레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심해에서 수심을 조절해야 하는 역할을 하므로 조직이 탄탄해 쫄깃한 식감을 내는 듯했다.

부레는 '기름소금'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기름소금은 고춧가루와 소금 등에 약간의 참기름을 얹은 것인데, 고소한 맛이 소금 맛과 잘 어울렸다.

다진 아가미는 부드러웠고, 고소했지만, 생선 뼈가 있었다.

민어초무침은 잘 다져진 마늘과 고추장, 오이, 피망, 미나리 등 10여 가지의 재료를 고추장과 함께 숙성시킨 소스를 넣고 무쳐, 진하지만 상큼한 맛이 매력적인 요리다.

[酒먹방] 무더위 '복달임'엔 민어(民魚)
민어탕을 기다렸는데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한 숟가락을 뜨자 얼큰함이 미각을 자극한다.

약간 기름진 듯한 국물은 진하기 이를 데 없다.

역시 민어는 탕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진한 맛을 내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꽤 오랫동안 민어의 뼈를 넣고 끓인다고 했다.

부드러운 민어의 살은 쉽게 부서져 버리기에 이 집에서는 큰 민어의 뼈를 넣고 오랜 시간 곰국 끓이듯 달여낸다고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민어의 알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알을 건져내 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