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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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너희 엄마 때문에 이혼하고 싶다"고 고백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씨는 30대 직장인이다. 3년 전 1살 연하 여자친구와 결혼했고, 아내는 최근 아이를 낳아 육아 휴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A 씨의 아내가 "이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어머니 때문에 못살겠다"는 것. A 씨의 어머니 역시 "며느리가 사과 하지 않으면 얼굴 보기 싫다"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A 씨 부부는 취업준비생때 만나 수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당시 A 씨가 먼저 취업을 했고, A씨의 어머니는 "빨리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여성을 만나"라며 취업준비생이던 아내와 헤어질 것을 강요했다. 심지어 A 씨에게 그의 어머니는 선자리를 주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후 A 씨의 아내도 공공기관에 입사했고,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A 씨의 아내가 임신을 하고, 그의 어머니가 손자와 며느리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A 씨는 "아내가 임신했을 땐 보약도 지어주시고, 아이를 위해 에어컨까지 사주셨다"며 "출산 이후 부모님께서 손주가 보고 싶어 주1회 정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와이프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는데, 왜 걔는 자꾸 나를 밀어내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 놓으신다"며 "그걸 듣는 제 기분도 좋지 않고, 자꾸만 와이프가 미워진다"고 전했다.

또 "전화를 안하는 와이프 때문에 어머니가 3~4일에 한 번 먼저 전화를 하셔서 '날이 더우니 나가지 마라',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으니 돌아다니지 마라', '아이 분유는 얼마나 먹이냐' 등의 말씀을 하신다고 한다"며 "어머니는 저희 집과 1시간 거리에 살고, 오셔도 길어야 2시간 정도 계시는데 지난 주엔 안오신다고 하셨다가 '수박을 샀는데 맛있더라. 양이 많으니 일요일에 가져다 주겠다'면서 오신 거였다. 와이프는 '오셨어요?'라고 하면서 인상을 쓰곤 싫은 내색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이건 지난 번에 뽑은 파, 이번에 사온 수박, 직접 갈아 얼린 마늘' 등을 와이프를 불러 하나하나 설명했는데, 아내는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거실로 나오지도 않아서 부모님도 기분이 상하신 상태로 갔다"며 "와이프가 먼저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하기 전까지 얼굴도 안볼꺼라고 하시는데, 아내는 '육아에 지쳐있는데 주말만이라도 좀 쉬고 싶다. 너무 자주 오신다'고 엄마 탓만 한다. 저희 엄마의 일방적인 사랑이 문제냐, 아직도 마음을 못열고 있는 와이프가 문제냐"고 물었다.

A 씨의 질문에 "답답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미 결혼 전부터 무례한 행동으로 잘못을 한 것은 A 씨의 어머니인데, "왜 전화 강요에 굳이 찾아와서 챙김을 받으려 하냐"는 것.

뿐만 아니라 "이걸 몰라서 묻는 남편이 제일 답답하다", "본인도 장인, 장모 불편하고 어려우면서 왜 아내는 잘해야 한다고 착각하냐", "중간에서 그렇게 눈치도 없고, 공감능력도 떨어지니 갈등이 생기는 거다", "아내가 언제 음식해주고, 도와달라고 했냐. 시어머니만 오지 말라고 하면 된다", "아내가 아직까지 큰소리 내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한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고부갈등이 부부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한 이혼 사례다. 시어머니의 모욕적인 언행과 간섭 등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여성들도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면서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실제로 1년 중 이혼 건수가 가장 늘어나는 시기도 설과 추석 직후로 고부갈등이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민법 840조 3호와 4호는 본인이 시부모나 장인, 장모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또는 본인의 직계존속(부모·자식)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다. 고부갈등이 이혼사유로 인정돼 이혼이 성립되면 시부모를 상대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이혼하게 될 경우 불륜 상대방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2017년엔 며느리뿐 아니라 그의 부모까지 험담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던 시모 때문에 며느리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함께 진행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시 며느리는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았고, 남편도 도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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