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가 10일 공개됐다. 박 시장은 실종된 지 7시간여 만인 이날 0시1분께 서울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4세.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이날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박 시장의 유서를 공개했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또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며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고 실장은 “유족의 뜻에 따라 유서를 공개한다”며 “유서는 공관을 정리하던 주무관이 책상 위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날 오전 10시44분께 가회동에 있는 관사를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딸은 오후 5시께 “아버지가 유언 같은 이상한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박 시장은 7시간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박 시장의 시신은 부검하지 않고 유족에게 인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에는 지난 8일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고소인은 박 시장의 전직 비서다. 고소장에는 비서로 일하며 박 시장에게 수시로 성추행을 당한 정황이 상세하게 진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박 시장의 사망이 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 시장의 유족 대리인을 맡은 문미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취재진에게 전달한 호소문을 통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 달라”며 “사실과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거듭될 경우 법적으로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 서울시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빈소 외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분향소를 마련했다. 일반 시민도 조문이 가능하다.

박종관/하수정/양길성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