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대선 전 진지한 협상 안나서는 쪽에 무게…"차기 대통령에 문 열 것"
"김정은, 트럼프 직거래 염두 여동생 내세워"…'부드러워진 김여정' DVD 언급 등에 눈길
美언론 "김여정 담화, 적대행위 철회 강조"…유화 제스처도 주목
미국 언론 등 외신은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관련, 실제 북한이 올해 미 대선 전에는 진지한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김 제1부부장의 대미 '유화적 제스처'에도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북한 지도자의 여동생, 핵 협상의 미래에 의구심을 던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들을 철회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협상에 가져와라. 그때까지는 외교는 거의 끝난 상태일 것'이라는 대미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교정책 전술의 전형적 특징으로 꼽히는 맹렬한 국영매체의 연설은 이번에는 일정한 절제와 외교에 대한 '끄덕임'이 있는 상태로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김 제1부부장이 최근 들어 현안에 대한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번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제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언급 등에 대한 '간접적인 답'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자신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을 대미 대응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거래'를 염두에 둔 차원이라는 것이다.

WSJ은 협상의 돌파구는 올해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액션을 취하길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대화를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그들의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북한도 이제는 다음 대통령과 상대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AP통신도 이번 담화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리더십 변화에 예민한 북한이 11월 대선 후 협상에 궁극적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당장은 미국과 진지한 협상을 피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이번 방한 기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 대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압박에도 불구, 대화 재개를 위해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문은 약간 열려 있다.

아마도 트럼프를 위해서가 아니고 올해는 아닐 것이다.

내년 1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담화가 비건 부장관이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가운데 나온 것이라면서 김 제1부부장이 연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일축하긴 했지만,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 DVD에 대한 이례적인 언급을 포함해 따뜻한 어조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절 행사 DVD를 소장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에서 나라 밖 언론 매체에 의해 제공되는 콘텐츠를 보거나 읽거나 청취하다 잡히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국경없는 기자회의 2020년 보도를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이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가시 돋친 말을 포함, 최근 대남 압박 캠페인의 전면에 섰던 김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친절한 표현들을 썼다면서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대목 등을 소개했다.

로이터통신은 김 제1부부장이 올해 추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지 않다면서도 뜻밖의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했다면서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의도가 없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도 김 제1부부장의 언급이 이전 성명에 비해 다소 부드러운 톤으로 이뤄졌다며 DVD 관련 언급 등을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