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에는 위기에서 벗어나 생존해야 하는 압박감에 짓눌려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죠. 그 모습이 지금 우리 삶을 억누르는 현대사회의 위기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두 번째 장편소설 《타오르는 마음》(은행나무)을 출간한 이두온 작가(35·사진)는 스릴러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스릴러 소설에서 진실을 파헤치게 하는 인물은 대부분 여성, 어린이, 노인”이라며 “우리 사회의 약자들 문제와 맞닿았을 때 가장 잘 맞는 장르가 스릴러”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가 2016년 출간한 첫 스릴러 장편소설 《시스터》(고즈넉)는 지난해 일본에서 번역,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아마존 기타 외국 문학분야 판매 순위 4위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 문학평론가 센가이 아키유키도 “《시스터》는 한류 서스펜스의 진면목”이라고 호평했다. 이 작가는 “많은 일본 독자가 한국 스릴러가 지닌 독특한 섬뜩함과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사회적 메시지를 잘 읽어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작은 “연쇄살인으로 먹고사는 마을이 있다면”이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국도를 지나가는 트레일러 기사들의 거점이었던 한 시골 마을 인근에 고속도로가 생긴다. 이로 인해 더 이상 들르는 사람이 없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은 연쇄살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돈이 된다는 점을 이용해 ‘연쇄살인 마을 관광’이라는 독특한 사업을 벌인다. “연쇄살인 관광이라는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아요. 지금도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마약 제조 마을 관광이나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지 관광이 이뤄지잖아요.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것이 돈으로 연결되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소설은 연쇄살인마의 살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대단하게 보고 추종하는 세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삶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따르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죠. 왜 그렇게 추종하고 사는지, 그런 삶이 어떤 맥락을 갖는지를 선명하게 밝히려 했습니다.”

소설은 생존을 위해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돈을 위해 기괴한 일까지 벌이는 마을 사람들의 그릇된 심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도시에서 탈락한 살인마가 정착해 사는 ‘비말’이란 마을은 갖가지 실패로 열등감에 가득 찬 사람들이 사는 곳이에요. 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분노와 열등감이 결합해 괴상한 마을을 만든 거죠. 생존 투쟁을 통해 살아남는 건 중요한 문제지만 이로 인해 무시당하는 인간 존엄과 같은 가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건지 묻고 싶었습니다.”

글=은정진/사진=김영우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