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대응하고자 이미 역대 최저인 0.5%까지 내린 만큼 당장 추가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특히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를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전 세계 코로나19 추가 확산 여부에 따라 향후 기준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 "당장 더 내리긴 어렵다…부동산도 고려할 것"
12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앞서 3월 16일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5월 28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5%로 0.25%포인트 더 낮췄다.
0.75%만으로도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에 가까워진 만큼 추가 인하는 어렵다고 보는 전망이 적지 않았으나 두 달 만에 다시 한번 인하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0.5%로 낮출 당시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말한 터라 이번 금통위는 추가 인하를 염두에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사실 이슈나 쟁점이 거의 없어서 재미없는 회의가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는 사실상 추가로 내리기 힘들다고 평가할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했을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0.00∼0.25%)를 추가 인하하지 않는 이상 금리를 더 내릴 여지는 적다"고 말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무리 없이 회복할지, 추가 인하를 해야 할 정도로 펀더멘털 회복 속도가 느릴지를 평가하며 연내 관망 태도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낮다는 게 찝찝하긴 하지만, 이 총재가 얘기했듯이 바닥을 통과하는 과정인 데다 금리를 더 낮춘다고 해도 인플레이션 자극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인하를 점쳤다.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이 계속해서 들썩이는 점도 금통위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각종 규제를 쉬지 않고 내놓는 상황에서 자칫 유동성을 더 불릴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은이 부동산을 보고 통화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동성이 서울 같은 부동산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몰릴 가능성 때문에 이번에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통화 정책의 목적에 금융 안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동산 과열 상황도 금통위원들 머릿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 상승률도 낮은 데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집값을 위해 더 금리를 못 낮춘다면, 집값은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올해는 아니겠지만…"상황에 따라 더 낮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올해까지는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추가로 인하할 여력은 남아있다고 분석한다.
실효하한이라는 게 실체가 아닌 일종의 '개념'의 차원인 데다 향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질 우려가 아직 남아있어서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반드시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없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경기 상황이나 다른 국가들의 금리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낮추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하지 않는다.
0.25%포인트는 조정 폭이 너무 크다"며 "한은이 아직 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0.1%포인트 등 기존보다 작은 폭으로 낮추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낮춘다면 한은으로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명분이 생긴다.
윤 연구원은 "일전에 이 총재가 (추가 인하 근거의) 힌트를 줬다"며 "바깥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이 마이너스 연방 금리를 선택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 우리나라도 더 낮출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실효하한에 대한 부담을 느끼겠지만,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면 마이너스 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차례 인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