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칭찬하는 발언을 했다가 전국적인 불매 운동에 시달리고 있다.

미 히스패닉계 식품회사인 고야푸드의 로버트 우나누에 CEO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행사에 참석했다.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의 경제·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히스패닉 번영 계획’(Hispanic Prosperity Initiative) 서명식이 있던 날이다.

히스패닉은 스페인 또는 스페인령 출신의 미주 이주민·후손을 의미한다. 작년 기준 미국 내 인구 비중이 18.5%로, 백인(60.1%) 다음으로 많다.
고야푸드의 로버트 우나누에 CEO가 9일(현지시간) 백악관의 해스패닉 번영 계획 서명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고야푸드의 로버트 우나누에 CEO가 9일(현지시간) 백악관의 해스패닉 번영 계획 서명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역시 히스패닉인 우나누에 CEO는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지도자를 갖게 돼 진정으로 축복 받았다”(We’re all truly blessed at the same time to have a leader like President Trump)고 발언했다. 이어 저소득층 등에 200만 개의 식품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1936년 스페인 이민자 부부가 설립한 고야푸드는 2500여 종의 식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미국에서 히스패닉계가 소유한 가장 큰 식품 회사다. 본사는 뉴저지주 저지시티다. 직원 수는 4000여 명이다.

우나누에의 발언은 즉각 큰 반발을 불러왔다. 같은 히스패닉계이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고야 제품 구매를 다시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도 불매 운동을 제안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고야 보이콧’‘고야 퇴출’ 등 해시태그가 무더기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나우에 CEO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사과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그는 10일 폭스뉴스에 나와 “2012년 당시 영부인이던 미셸 오바마 여사의 건강식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초청 받은 적이 있다”며 “미국 대통령에게 초청 받으면 ‘나는 바쁘다’고 거절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불매 운동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같은 방송에서 “사람들이 음식 등 모든 것을 정치화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