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이노 "웨어러블 워치로 손쉽게 부정맥 진단…'손목 위 닥터' 시장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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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영준 휴이노 대표
손에 차는 워치·붙이는 패치 개발
컴퓨터로 생체 신호 데이터 분석
심전도 진단율 99%로 정확
손에 차는 워치·붙이는 패치 개발
컴퓨터로 생체 신호 데이터 분석
심전도 진단율 99%로 정확
“제 인생은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스승인 이정태 교수님을 만나면서 인생관이 확 바뀌었죠. 돈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제가 아는 지식을 써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어요. 남들보다 앞선 창의적인 기술만이 세계 일류로 대접받을 수 있고 학문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46)가 창업을 결심한 배경이다. 휴이노는 휴먼컴퓨터인터페이스(HCI) 학문을 기반으로 부정맥을 진단해 위험에 처한 환자를 살려낼 수 있는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를 개발했다. 시계형과 패치형 두 종류다. 시계형인 메모워치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됐다. 손목시계형 의료기기로 건보 급여를 받는 최초 사례다. 해외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내 패치형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길 대표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했다.
사업은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동업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동업자끼리 갈등이 깊어졌다. 염증이 났다. 그러던 차에 하드웨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2006년 말이었다. 국내에 인터넷망을 보급한 선구자인 이 교수 연구실을 찾아갔다. 이듬해엔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하드웨어 공부를 하려던 그의 계획은 대학원 진학 후 달라졌다. 지도교수인 이 교수가 당시 열중하던 HCI의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다. 그때부터 각종 생체신호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짜는 연구에 집중했다.
HCI는 생체 신호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맥박신호인 맥전도, 근육신호인 근전도, 뇌파 신호인 뇌전도, 호흡신호, 산소포화도 등을 고가의 의료기기 없이 생체신호 센서와 컴퓨터만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몸에 센서를 붙여 얻는다. 이 때문에 생체신호를 잡아내는 센서와 수집한 생체 신호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HCI의 핵심이다. “요즘은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한 분야였죠.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라는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길 대표는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고향 부산에서는 귀 기울여주는 이가 없었다. “‘손목시계처럼 생긴 걸로 뭘 하겠다는 거냐’, ‘삼성이나 애플이면 몰라도 자그마한 벤처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금방 망할거다’ 등등 가망이 없다는 말을 수백 번도 들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경한 길 대표에게 금세 기회가 찾아왔다.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기술을 알아봤다.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가 운영하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에 선정됐다. 지방 소재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이었다.
길 대표는 2014년 7월 법인을 세웠다.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 사무실을 냈다. 인재들이 속속 찾아왔다. 하지만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의료법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규제가 없는 미국 보스턴으로 본사를 옮겼다. 현지 직원도 채용했다. 허가 업무, 마케팅 등의 인력이었다. R&D는 한국에 있던 20여 명의 연구원이 맡았다. 미국 현지에서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시제품을 완성하고도 1년6개월밖에 버티지 못했다. 투자받은 26억원은 금방 바닥났다. “미국 현지 직원들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컸어요. 게다가 부산대병원에서 10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를 미국 투자자들은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임상을 다시 하라고 하더군요.”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혁신챌린지대회가 눈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기술을 선발하는 대회였다. 1등 상금이 자그마치 5억원이었다. 그는 후배이자 AI 전문가인 정성훈 부산대 전임연구원을 찾았다. 심전도를 AI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보자고 설득했다. 서울대병원의 의료 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부정맥을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213개 팀 중 1등이었다.
AI 접목을 계기로 길 대표는 사업 방향을 바꿨다. 혈압이 아닌 심전도를 측정하고 진단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했다. 시장 잠재력이 작지 않다는 판단도 섰다.
메모워치는 지난 5월 심평원이 보험 급여를 결정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쓰이게 됐다. 대당 200만원가량인 제품을 병원이 구매해 환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진단비 2만2000원 가운데 환자 본인 부담은 20% 수준이다.
휴이노는 가슴 부위에 붙여두기만 하면 심전도, 심장박동수, 호흡수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메모패치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식약처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확도다. 길 대표는 “기존 심전도 진단기인 홀터는 환자가 24시간 동안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데다 하루만 측정하기 때문에 부정맥을 잡아낼 확률이 60%밖에 안 된다”며 “메모워치나 메모패치는 14일가량 차고 있으면 진단율이 99%에 이른다”고 했다.
기존 심전도 진단 소프트웨어보다도 뛰어나다. 텔레메드, 필립스, 모르타라 등 글로벌 기업 제품은 의사들의 육안 검사보다도 정확도가 낮다. 세계적 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이 모든 컴퓨터 기반 심전도 판독은 잘 훈련된 임상의사가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정도다. 길 대표는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의 웨어러블 기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제품”이라며 “환자 대상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둘째는 환자 편의성과 신속성이다. 홀터 심전도 검사를 하려면 환자가 최소 4~5번 병원에 가야 한다. 홀터를 착용하고 하루를 보낸 뒤 이를 떼야 한다. 진단 결과를 받으려면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면 메모워치나 메모패드는 두세 번이면 된다. A4용지 2880장에 달하는 하루치 홀터 진 단결과를 병리사 등이 판독하는 데는 빨라도 2시간 넘게 걸리지만 AI를 장착한 휴이노의 분석 소프트웨어는 30분이면 충분하다. 길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으려면 대기환자가 많아 평균 148일 걸리지만 메모워치나 패드를 쓰면 10일 정도면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셋째는 앞선 기능이다. AI로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웨어러블 기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이리듬이 유일하다. 이 제품은 배터리 수명이 최대 14일이지만 휴이노 제품은 3주 가까이 쓸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원격의료 기능을 갖춘 것도 휴이노 제품의 강점이다. 데이터 분석 시간도 휴이노 제품은 짧지만 아이리듬은 5~6일이 걸린다.
휴이노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길 대표의 목표는 2023년까지 세계 심전도 기기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것이다. 길 대표는 “코로나 확산으로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원격 모니터링을 받는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며 “AI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상장도 준비 중이다. 길 대표는 “2022년께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회사가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길영준 휴이노 대표(46)가 창업을 결심한 배경이다. 휴이노는 휴먼컴퓨터인터페이스(HCI) 학문을 기반으로 부정맥을 진단해 위험에 처한 환자를 살려낼 수 있는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를 개발했다. 시계형과 패치형 두 종류다. 시계형인 메모워치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됐다. 손목시계형 의료기기로 건보 급여를 받는 최초 사례다. 해외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내 패치형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길 대표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했다.
휴먼컴퓨팅에 빠지다
부산이 고향인 길 대표는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동아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친구들과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근거리 무선통신(RFID) 기술을 활용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를 차렸다.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 홈구장에 입장료를 자동 결제해주는 시스템을 납품했다. 관중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설 필요 없이 RFID를 인식하는 카드를 갖고 있으면 자동으로 입장료가 결제되는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학원 입구에 RFID 단말기를 설치해 자녀가 학원에 무사히 갔는지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안심 문자 서비스도 내놨다.사업은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동업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동업자끼리 갈등이 깊어졌다. 염증이 났다. 그러던 차에 하드웨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2006년 말이었다. 국내에 인터넷망을 보급한 선구자인 이 교수 연구실을 찾아갔다. 이듬해엔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하드웨어 공부를 하려던 그의 계획은 대학원 진학 후 달라졌다. 지도교수인 이 교수가 당시 열중하던 HCI의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다. 그때부터 각종 생체신호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짜는 연구에 집중했다.
HCI는 생체 신호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맥박신호인 맥전도, 근육신호인 근전도, 뇌파 신호인 뇌전도, 호흡신호, 산소포화도 등을 고가의 의료기기 없이 생체신호 센서와 컴퓨터만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몸에 센서를 붙여 얻는다. 이 때문에 생체신호를 잡아내는 센서와 수집한 생체 신호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HCI의 핵심이다. “요즘은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한 분야였죠.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라는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인생을 바꾼 스승
길 대표는 대학원을 졸업하면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했다. 어느 날 지도교수가 “창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병원에서 쓰는 커프 혈압계 없이도 각종 생체신호를 측정해 혈압을 잴 수 있는 길 대표의 연구가 사장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이유에서였다.창업을 결심한 길 대표는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고향 부산에서는 귀 기울여주는 이가 없었다. “‘손목시계처럼 생긴 걸로 뭘 하겠다는 거냐’, ‘삼성이나 애플이면 몰라도 자그마한 벤처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금방 망할거다’ 등등 가망이 없다는 말을 수백 번도 들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경한 길 대표에게 금세 기회가 찾아왔다.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기술을 알아봤다.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가 운영하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에 선정됐다. 지방 소재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이었다.
길 대표는 2014년 7월 법인을 세웠다.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 사무실을 냈다. 인재들이 속속 찾아왔다. 하지만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의료법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규제가 없는 미국 보스턴으로 본사를 옮겼다. 현지 직원도 채용했다. 허가 업무, 마케팅 등의 인력이었다. R&D는 한국에 있던 20여 명의 연구원이 맡았다. 미국 현지에서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시제품을 완성하고도 1년6개월밖에 버티지 못했다. 투자받은 26억원은 금방 바닥났다. “미국 현지 직원들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컸어요. 게다가 부산대병원에서 10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를 미국 투자자들은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임상을 다시 하라고 하더군요.”
파산 직전에 다시 일어서다
2016년 말 빈털터리로 귀국한 길 대표는 쓰러져가는 회사를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도움을 주는 곳은 없었다. 직원들도 모두 떠났다. 2017년 7월, 창업 3년 만에 그는 다시 혼자가 됐다. 집까지 팔아 버텼지만 연대보증을 선 10억원의 회사 빚 이자를 갚기도 버거웠다. 회사를 접어야겠다고 결심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아내였다. “겨우 3년 고생했다고 벌써 포기하려고 하느냐, 차를 팔아서라도 다시 일어서라고 용기를 북돋워줬어요.”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혁신챌린지대회가 눈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기술을 선발하는 대회였다. 1등 상금이 자그마치 5억원이었다. 그는 후배이자 AI 전문가인 정성훈 부산대 전임연구원을 찾았다. 심전도를 AI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보자고 설득했다. 서울대병원의 의료 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부정맥을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213개 팀 중 1등이었다.
AI 접목을 계기로 길 대표는 사업 방향을 바꿨다. 혈압이 아닌 심전도를 측정하고 진단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했다. 시장 잠재력이 작지 않다는 판단도 섰다.
심전도 진단기 시장을 흔들다
휴이노가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를 받은 메모워치는 손목시계처럼 생긴 심전도 측정 장치다. 애플워치보다 3년 앞서 개발했지만 규제 탓에 허가가 늦어졌다. 심전도는 물론 심장박동수, 산소포화도, 호흡수, 활동량 등을 측정해준다. 증상이 있을 때나 주기적으로 환자가 직접 단추를 눌러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AI로 분석해 의료진에게 제공한다.메모워치는 지난 5월 심평원이 보험 급여를 결정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쓰이게 됐다. 대당 200만원가량인 제품을 병원이 구매해 환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진단비 2만2000원 가운데 환자 본인 부담은 20% 수준이다.
휴이노는 가슴 부위에 붙여두기만 하면 심전도, 심장박동수, 호흡수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메모패치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식약처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확도다. 길 대표는 “기존 심전도 진단기인 홀터는 환자가 24시간 동안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데다 하루만 측정하기 때문에 부정맥을 잡아낼 확률이 60%밖에 안 된다”며 “메모워치나 메모패치는 14일가량 차고 있으면 진단율이 99%에 이른다”고 했다.
기존 심전도 진단 소프트웨어보다도 뛰어나다. 텔레메드, 필립스, 모르타라 등 글로벌 기업 제품은 의사들의 육안 검사보다도 정확도가 낮다. 세계적 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이 모든 컴퓨터 기반 심전도 판독은 잘 훈련된 임상의사가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정도다. 길 대표는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의 웨어러블 기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제품”이라며 “환자 대상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둘째는 환자 편의성과 신속성이다. 홀터 심전도 검사를 하려면 환자가 최소 4~5번 병원에 가야 한다. 홀터를 착용하고 하루를 보낸 뒤 이를 떼야 한다. 진단 결과를 받으려면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면 메모워치나 메모패드는 두세 번이면 된다. A4용지 2880장에 달하는 하루치 홀터 진 단결과를 병리사 등이 판독하는 데는 빨라도 2시간 넘게 걸리지만 AI를 장착한 휴이노의 분석 소프트웨어는 30분이면 충분하다. 길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으려면 대기환자가 많아 평균 148일 걸리지만 메모워치나 패드를 쓰면 10일 정도면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셋째는 앞선 기능이다. AI로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웨어러블 기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이리듬이 유일하다. 이 제품은 배터리 수명이 최대 14일이지만 휴이노 제품은 3주 가까이 쓸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원격의료 기능을 갖춘 것도 휴이노 제품의 강점이다. 데이터 분석 시간도 휴이노 제품은 짧지만 아이리듬은 5~6일이 걸린다.
“3년 내 세계시장 60% 장악”
휴이노는 고려대 안암병원과 손잡고 규제샌드박스 사업을 하고 있다. 부정맥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이달 종료된다. 임상 결과는 9월께 나온다.휴이노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길 대표의 목표는 2023년까지 세계 심전도 기기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것이다. 길 대표는 “코로나 확산으로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원격 모니터링을 받는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며 “AI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상장도 준비 중이다. 길 대표는 “2022년께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회사가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