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명 '펜스룰'을 지지하는 의견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미투' 운동 확산 이후 직장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쓰일 때가 많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원순 시장이 생을 마감한 뒤 '여성 비서를 고용하지 말자'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굳이 여비서 쓸 필요도 없는데 아예 말 나올 일 없게 이참에 남비서로 다 바꿨으면 좋겠다" "만에 하나 잘못될 수 있으니 직속 비서로는 남자를 쓰는 게 더 낫겠구나 싶다"는 취지의 글이 대부분이다.

펜스룰은 2018년 국내에서 미투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성추문이 불거졌을 때도 어김없이 거론됐다.

미투 열풍이 한창이던 2018년 4월에는 채용·고용 과정에서 성별에 의해 불이익 발생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펜스룰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입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젠더 문제 연구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성폭력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유리천장을 공고히 만드는 논리라는 주장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펜스룰의 전제는 권력구조의 최정점을 당연히 남성이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여자가 문제이기 때문에 여자를 공적 영역에서 추방해버리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패턴화된 권력형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 직원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 속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제는 자치단체장 등 권력자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할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