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눈 돌리는 부자들…中투자 늘릴 때"
“초고액 자산가의 눈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본부장(전무·사진)은 올 하반기 중국 투자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반기 가파른 V자 반등을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과 민간투자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을 포함한 해외주식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봤다. 국내 세제 개편에 맞춰 세(稅)부담을 느끼던 고액자산가들이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은 해외 투자로 옮겨갈 여지가 켜졌기 때문이다.

하반기도 유동성의 힘 지속

1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박 본부장은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삼성증권의 맞춤형 서비스인 SNI(samsung & investment)를 총괄하고 있다. 고객 가운데는 수백억원에서 ‘조단위’ 자금을 투자하는 상위 1% 투자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는 부자들의 투자법에 대해 △빚을 내지 않는다 △확인하고 들어간다 △기다린다 등의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했다.

박 본부장은 안정추구 성향이 높은 SNI 고객에게 올 하반기 전망에 대해 “생각만큼의 조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폭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은 ‘유동성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는 “강력한 글로벌 정책 공조가 올 상반기 코로나 쇼크를 상쇄시켰다”며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더라도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자들은 이제 주식비중 늘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고액자산가들은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탓에 주식투자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기존 지표로 설명되지 않는 증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상반기에 상황을 지켜보며 주식 투자 비중을 원하는 만큼 높이지 못했던 고액자산가들이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류되는 SNI 고객들의 올 상반기 해외주식 매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8배 증가했다. 이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양도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의 해외주식 매수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고액자산가들의 눈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고 했다. 박 본부장도 중국 주식 비중을 늘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는 “주식시장 흐름은 실물경기(main street)와 주식 시장(wall street)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경제 정상화 속도로 판가름 날 것”이라며 “하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8%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G 통신망, 전기차 충전시설, 데이터센터 등 신형 인프라 관련 종목이 유망할 것이란 관측이다.

“해외주식 채권비중 확대”

박 본부장이 추천하는 3분기 투자전략은 이처럼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고 해외주식을 늘리는 것이다. 그는 “투자 포트폴리오 내의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크게 바꿀 필요는 없지만 국내·해외 비중이나 일부 자산 간 소폭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공격적 투자자라면 지난 2분기 △국내주식 40% △해외주식 20% △채권 20% △대안투자(중위험·중수익) 15% △유동성 5% 등의 투자 배분을 올 3분기 △국내주식 25% △해외주식 35% △채권 15% △대안투자(중위험·중수익) 20% △유동성 5% 정도로 조정하는 것을 추천했다. 보수적인 투자자의 경우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해외주식은 5%가량 옮기고, 채권 비중을 45%까지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2분기 주식 시장이 급등했지만 주식 비중을 굳이 줄일 필요가 없는 이유는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더라도 초저금리시대에 예금이나 채권보다는 주식이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많이 오른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 주식 및 불확실성이 줄어든 대안투자 쪽으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안정적으로 현금을 수익으로 확보할 수 있는 리츠, ELS(주가연계증권), 수익지급형(일드형) 자산이 저금리시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