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범람했는데 재난 문자 발송도 없어
전문가 "하천 정비 공사 중 물길 좁아져 하천 범람" 지난 10일 부산에 쏟아진 집중호우 때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범람해 차 수백 대가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정작 부산시는 물 폭탄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다며 발 빠른 대처를 했다고 자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동천 범람 이유가 부산시 건설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하천 정비 공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지목돼 이런 자평에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시께 부산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동천이 범람해 남구 문현동과 동구 범일동, 부산진구 범천동 일대 저지대 지역에 침수피해가 났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범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빗물로 불어난 흙탕물에 동천 둑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저지대 곳곳에 침수 피해가 났다.
부산시는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차량 침수피해만 270여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부산 동구 자성대 아파트는 1층 전체가 물에 잠겼고 한 오피스텔은 주차장으로 강물이 밀어닥쳐 건물 전체가 정전됐다.
현재는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지만, 침수 피해를 본 가구만 50가구가 넘고 일대 공장과 상가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하천 범람 당시 영상을 보면 불어난 물이 사람 허리 위까지 차올라 곳곳에 위태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하지만 정작 하천이 범람했을 당시 재난 문자조차 발송되지 않았다.
동구 관계자는 "하천 인근에 노약자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재난 문자로 보내면 오히려 대피하는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재난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천 범람 이유도 부산시 건설본부가 진행 중인 동천 정비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주민은 "하천 내부에 쌓아두었던 흙더미가 치워지지 않아 배수 시설을 막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거에 훨씬 많은 비가와도 하천이 범람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범람은 하천 공사 관리를 제대로 못 해 발생한 인재이다"고 말했다.
현장을 조사한 전문가도 동천 범람 이유가 하천 정비 공사와 연관성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가야 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 학회장은 "동천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바다로 물이 흐르는 통수 단면이 좁아져 있고 일부(하천 오른쪽)는 아예 막혀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만조 시기까지 겹쳐 하천이 범람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 때문에 하천이 인위적으로 범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지난 10일 오후 늦게 "물 폭탄에도 인명피해 없었다"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자료에서 "부산지역에 새벽부터 시간당 50mm 내외의 강한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피해가 속출하자 부산시가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며 자평했다.
이어 호우경보 발효되자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해 도시 곳곳 침수피해에 즉각 대응했다고 자료에 명시했다.
시민들은 극심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데 시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고 자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밤부터 최대 300㎜ 비가 예보돼 피해 복구가 막막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부산시는 뒤늦게 하천에 물길을 새로 터주는 응급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