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스페인 독감'이 들려주는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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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스페인 독감처럼
코로나19도 2차 유행 여부
돌연변이가 중요한 변수
역병은 주기적으로 닥치겠지만
AI 덕에 백신 개발 가능해져
인류 문명 무너지지 않을 것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코로나19도 2차 유행 여부
돌연변이가 중요한 변수
역병은 주기적으로 닥치겠지만
AI 덕에 백신 개발 가능해져
인류 문명 무너지지 않을 것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온 사회가 역병에 짓눌린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활기찼던 골목이 적막하다. 역병의 추세를 예상해야 미래의 전망이 서는데, 아무도 모르니 앞날을 가늠할 수 없고, 그래서 더욱 불안해진다. 서로 만나야 돌아가는 것이 인간 세상인데, 한데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 나왔다. 불황이든 역병이든, 이런 일은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멀리 살피면, 비슷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류는 여러 차례 큰 역병을 겪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대표적이다. 지금 우리 처지와 여러모로 비슷한 경우는 꼭 100년 전의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이어진 역병인데, 당시 인구의 30%인 5억 명가량이 독감에 걸려서 적게는 1700만 명에서 많게는 1억 명까지 죽었다고 추산된다(당시 조선 인구가 1700만 명이 채 못 됐다).
이런 창궐의 근본적 요인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병영과 참호에 병력이 밀집했으니, 전염이 쉬웠다. 전쟁으로 영양이 부족해서 면역력도 떨어진 상태였다. 교전국들이 보도를 통제해서, 시민들이 역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것도 거들었다(중립국이라서 보도 통제가 없었던 스페인에선 역병의 실상이 보도됐다. 스페인에서 주로 유행한다는 인식이 퍼져서, ‘스페인 독감’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본적 대응은 국경 통제와 ‘거리두기’다. 당시 이런 대응에 철저했던 나라들은 피해가 적었고 소홀했던 나라들은 피해가 컸다. 이번에도 그 점이 뚜렷이 드러났다. 역병에 대한 정보를 빨리 전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만일 중국 정부가 초기에 발병 정보를 감추지 않았다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 독감은 네 차례 유행했다. 두 번째 유행이 특히 큰 피해를 줬다. 돌연변이로 전염력과 독성이 함께 커져서 젊은이들이 많이 죽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2차 유행 여부와 돌연변이가 중요한 변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라서, 돌연변이가 빠르므로, 단기적으로는 전염력과 독성이 함께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스페인 독감에 비기면, 코로나19는 피해가 작다. 그동안 인류 문명이 많이 진보했다는 얘기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발전과 보급이 피해를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문명의 모든 분야에 깊이 스며들었지만, 두 분야에서 특히 크게 기여했다. 하나는 유전공학의 발전이다. 유전체 서열해석(genetic sequencing)이 값싸고 빠르게 돼서, 병원체의 정체를 이내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백신과 치료약의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경제의 발전이다. ‘거리두기’가 방역의 기본이므로 비대면 활동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인공지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동안 빠르게 성장한 온라인 경제가 이번에 예상보다 훨씬 꿋꿋이 버틴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생산-유통-소비의 환로(loop)에서 사람들이 밀집하는 부분들에서 자동화가 진전되면, 온라인 경제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역병이 닥치리라는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병원체들은 많지만, 가장 위협적인 것은 바이러스다. 그런 바이러스들의 다수는 박쥐에 기생한다. 박쥐가 거대한 집단을 이뤄 살고 멀리 이동하고 다른 동물들에 기생하므로 박쥐에 깃든 바이러스는 종이 다양하다. 박쥐가 포유류이므로, 가축을 통해서 사람으로 옮겨오는 과정도 비교적 쉽다. 새들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도 많은데, 그런 바이러스들은 닭과 같은 가금을 통해서 사람에게 옮겨온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박쥐나 다른 숙주들이 지닌 바이러스를 미리 파악하고 백신을 만드는 일이 궁극적 대응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번 역병은 인류 문명의 피륙이 보기보다 질기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힘들지만, 그래도 인류 문명이 역병으로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은 역병에 짓눌린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한다.
그래도 멀리 살피면, 비슷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류는 여러 차례 큰 역병을 겪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대표적이다. 지금 우리 처지와 여러모로 비슷한 경우는 꼭 100년 전의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이어진 역병인데, 당시 인구의 30%인 5억 명가량이 독감에 걸려서 적게는 1700만 명에서 많게는 1억 명까지 죽었다고 추산된다(당시 조선 인구가 1700만 명이 채 못 됐다).
이런 창궐의 근본적 요인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병영과 참호에 병력이 밀집했으니, 전염이 쉬웠다. 전쟁으로 영양이 부족해서 면역력도 떨어진 상태였다. 교전국들이 보도를 통제해서, 시민들이 역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것도 거들었다(중립국이라서 보도 통제가 없었던 스페인에선 역병의 실상이 보도됐다. 스페인에서 주로 유행한다는 인식이 퍼져서, ‘스페인 독감’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본적 대응은 국경 통제와 ‘거리두기’다. 당시 이런 대응에 철저했던 나라들은 피해가 적었고 소홀했던 나라들은 피해가 컸다. 이번에도 그 점이 뚜렷이 드러났다. 역병에 대한 정보를 빨리 전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만일 중국 정부가 초기에 발병 정보를 감추지 않았다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 독감은 네 차례 유행했다. 두 번째 유행이 특히 큰 피해를 줬다. 돌연변이로 전염력과 독성이 함께 커져서 젊은이들이 많이 죽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2차 유행 여부와 돌연변이가 중요한 변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라서, 돌연변이가 빠르므로, 단기적으로는 전염력과 독성이 함께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스페인 독감에 비기면, 코로나19는 피해가 작다. 그동안 인류 문명이 많이 진보했다는 얘기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발전과 보급이 피해를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문명의 모든 분야에 깊이 스며들었지만, 두 분야에서 특히 크게 기여했다. 하나는 유전공학의 발전이다. 유전체 서열해석(genetic sequencing)이 값싸고 빠르게 돼서, 병원체의 정체를 이내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백신과 치료약의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경제의 발전이다. ‘거리두기’가 방역의 기본이므로 비대면 활동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인공지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동안 빠르게 성장한 온라인 경제가 이번에 예상보다 훨씬 꿋꿋이 버틴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생산-유통-소비의 환로(loop)에서 사람들이 밀집하는 부분들에서 자동화가 진전되면, 온라인 경제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역병이 닥치리라는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병원체들은 많지만, 가장 위협적인 것은 바이러스다. 그런 바이러스들의 다수는 박쥐에 기생한다. 박쥐가 거대한 집단을 이뤄 살고 멀리 이동하고 다른 동물들에 기생하므로 박쥐에 깃든 바이러스는 종이 다양하다. 박쥐가 포유류이므로, 가축을 통해서 사람으로 옮겨오는 과정도 비교적 쉽다. 새들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도 많은데, 그런 바이러스들은 닭과 같은 가금을 통해서 사람에게 옮겨온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박쥐나 다른 숙주들이 지닌 바이러스를 미리 파악하고 백신을 만드는 일이 궁극적 대응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번 역병은 인류 문명의 피륙이 보기보다 질기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힘들지만, 그래도 인류 문명이 역병으로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은 역병에 짓눌린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