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상장을 기점으로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보다 더 뜨거운 곳은 중국 공모주 시장이다.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4배 오르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엔 첫날 924% 오른 종목도 나왔다. 중국 정부가 개인들의 주식 투자를 독려하고 나섰고, 미·중 갈등으로 차세대 기술 기업이 중국 증시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중국판 나스닥’을 목표로 지난해 7월 출범한 커촹반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커촹반의 위상이 미국 나스닥만큼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커촹반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이르면 다음달 국내에 출시된다.
中 공모시장도 '펄펄'…무한 질주하는 '커촹반'

상장 후 첫 5일 상·하한가 없어

지난 9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상장한 퀀텀시텍은 공모가(36.18위안)보다 923.9% 오른 370.45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증시 사상 하루 최고 상승률이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296억위안(약 5조원)으로 뛰어올랐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로 미국 매직Q, 일본 도시바 등과 함께 이 분야 선두 업체다. 10일 커촹반에 상장한 장쑤윤용전자는 당일 공모가보다 468.0%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커촹반에 상장한 기업들의 첫날 주가 상승률은 평균 144.1%에 달한다. 이는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메인보드 시장에 상장한 종목의 첫날 상승률(42.0%)은 물론 선전거래소의 촹예반(44.0%)과 중샤오반(44.0%)을 한참 웃돈다. 일단 커촹반 상장 기업의 공모주를 받기만 하면 손쉽게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사무소장은 “커촹반 기업은 상장 후 5일간 상·하한가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정부가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며 “커촹반이 중국 차세대 기술 기업들의 상장 통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격적 규정

커촹반은 2018년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 연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계획을 발표하고, 8개월 뒤인 2019년 7월 22일 25개 종목으로 출범했다. 선전거래소의 촹예반(일명 차스닥)과 비슷하지만 상장 요건을 더 낮춘 것이 특징이다. 다른 시장과 달리 등록제다. 중국 정부의 상장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고, 나스닥처럼 창업자가 차등 의결권도 가질 수 있다. 상장 5일간 상·하한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물론 암묵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 23배 이내에서 공모가가 정해지도록 한 관행도 적용하지 않는다. 중국 증시에서 처음으로 개별 종목 공매도도 허용됐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커촹반은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기업들이 중국 상하이거래소가 요구하는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홍콩과 나스닥으로 간 것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다양한 혜택 덕분에 올 1분기에만 24건, 294억위안의 기업공개(IPO)를 유치해 중국 전체 IPO의 37%를 차지했다고 홍 연구원은 말했다.

국내에도 관련 상품 출시

커촹반 시장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수는 없다. ‘커촹50지수’는 오는 23일부터 실시간으로 산출된다. 다만 선전증시의 촹예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차이넥스트지수를 보면 커촹반의 움직임을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촹예반도 커촹반처럼 주로 혁신기업이 상장하기 때문이다. 차이넥스트지수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54.5% 올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10.9%)을 크게 웃돌았다. 커촹반은 이보다 상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커촹반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국내에 출시된다. 한국투신운용은 ‘한국투자 중국공모주투자’ 펀드를 이르면 다음달께 출시할 계획이다. 커촹반 공모주에 투자하면서 촹예반과 한국 공모주도 일부 담는다. 지난 3월 150억원 규모로 설정해 출시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출시가 연기됐다.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가 중국 공모주에 투자하기는 힘든 만큼 이 펀드에 관심이 높을 것으로 한투운용은 기대하고 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커촹반은 기관투자가에 전체 공모 물량의 60~70%를 배정하면서 외국 펀드에도 동등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며 “외국인도 중국 기관투자가와 똑같이 공모주 투자 수익을 공유할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