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7만 명을 넘는 등 고삐가 풀린 모양새다. 인구 100명당 한 명꼴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텍사스엔 시신을 싣는 냉동트럭이 다시 등장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고삐 풀린 확진자 증가세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국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1389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확진자가 7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알래스카와 조지아, 루이지애나, 몬태나, 오하이오, 유타, 위스콘신 등 7개 주에서 감염자 증가율이 최고치로 치솟았다.

플로리다의 신규 확진자는 이날 1만1433명을 기록해 지난 4일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날 1만35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텍사스주는 이번 주 네 차례나 최다 발생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1주일을 따져보면 50개 주 가운데 13개 주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 기록을 넘어섰고, 16개 주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에선 이날까지 총 335만5646명이 감염됐다. 전체 인구의 1%에 달한다.

사망자도 다시 증가

지난 몇 개월간 감소세를 보이던 사망자도 서서히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앨라배마와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테네시 등 총 8개 주의 하루 사망자 수가 이번주 최다 기록을 세웠다. ‘코비드 트래킹 프로젝트’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미국 전체의 하루평균 사망자 수는 867명으로 6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은 10일 “대도시에서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함에 따라 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미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13만6671명이다.

지난 1주일간 하루평균 사망자가 66명으로 전주 대비 102% 늘어난 텍사스주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영안실이 꽉 차면서 시신 보관용 냉동트럭이 다시 등장했다. 뉴에이서스카운티는 트레일러형 영안 차량을 배치했고, 트래비스카운티와 캐머런카운티도 시신 안치용 냉동트럭을 최근 구매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경제 개방 되돌려지나

확진자에 이어 사망자까지 늘어나자 경제 재봉쇄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전날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신규 확진 사례가 계속 증가한다면 다음 단계는 재봉쇄가 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텍사스주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 재개에 나선 주 가운데 하나로 5월 1일 경제재개를 감행했었다. 또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주지사는 11일부로 모든 술집의 영업을 다시 금지했다.

조지아 주도인 애틀랜타의 케이샤 랜스 보텀스 시장은 10일 “조지아주가 무모한 방식으로 다시 문을 열었고, 그 결과 애틀랜타와 조지아주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경제 재개 계획을 1단계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로리다 올랜드의 세계 최대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는 쏟아지는 우려 속에서도 이날 재개장했다. 지난 3월 중순 문을 닫은 지 4개월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테마파크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비교적 한산하고 대기 줄도 길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마저 마스크 꺼냈다

확진자 수 급증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외곽의 월터리드 국립군의료센터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부상병들과 일선 의료진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처음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월 3일 마스크 착용 자발적 권고를 내린 지 꼭 100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도 마스크 착용을 기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병원에 있을 때는, 특히 수술대에서 막 나온 장병들과 대화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금색의 대통령 인장이 새겨진 남색 마스크를 쓴 그는 “나는 마스크에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기에 적절한) 시간과 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