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실종] ② "공장 가동 반으로 줄이고…셋이 할 일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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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국 온 지 몇 년 됐지?" "3년 됐어요.
지지난달에 나가려고 했는데 못갔어요.
" "앞으로도 안 가면 안되겠니?"
경기도 김포 하성면에 있는 변압기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하모(51) 대표는 필리핀 출신 A(33) 씨와 단 둘이 일하고 있다.
2018년 3월부터 3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터라 작업은 막힘없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가 빠져나가며 A씨는 이 일대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방인이 됐다.
지난 7일 오후 공장에서 만난 하 대표는 "이 근처에 있는 공장 10여곳 전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았다"라며 "많게는 10명 넘게 쓰는 곳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썰물 빠지듯이 사라져 생산 라인을 돌리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A가 출국하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떠나지 못한 게 괜히 미안하면서도 다행스러웠다"며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채용 자체가 불가능한데 꼼짝없이 혼자 제조, 운반, 배송, 수리까지 도맡아야 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유일하게 1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인천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같은 날 오전 7시께 인천 남동구의 국가산업단지에서 출근 시간대임에도 붐비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인근 주민 박모(65) 씨는 "평소 같았으면 자전거를 타고 공단으로 향하는 외국인 행렬로 가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거리와는 달리 한 목재 공장에서 일하는 고모(41) 씨는 쉴 틈이 없다.
한때 캄보디아 출신 직원 5명과 함께 일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 모두 순차적으로 퇴사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인력업체나 근로지원센터 등에 일손을 요청했으나 지원자 자체가 없다고 하더라"며 "혼자서 두세명이 해야 할 일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만을 고집하는 게 아니다"며 "내국인은 지원을 안할 뿐더러, 온다고 해도 '힘들고 더럽다'며 사흘을 못 버티고 그만둔다"고 푸념했다.
한 외국인 채용 사이트 관계자는 "(이전에는 꺼렸지만) 결혼 비자(F-6) 발급자도 한국어 소통만 적당히 되기만 하면 일할 수 있다고 올리는 회사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차라리 낫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과 애플 등에 이어폰을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서모(60) 씨는 "코로나19 이후 납품 요청도 줄어서 생산 라인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며 "전직원 11명 중 4명이 외국인이었는데 전부 모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서 씨는 "만약 먼저 사표를 내지 않았다면 내가 퇴사를 권유했을 상황"이라며 "서로 얼굴 붉히지 않아서 그나마 미안함을 덜었다"고 털어놨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상황이 맞물려 벌어진 흐름"이라며 "수출길이 막히면서 타격을 받은 사업장이 먼저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낸 경우도 있고, 잔업이 줄면서 월급이 쪼그라들어 스스로 나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을 더 하고 싶지만 비자 갱신이 어려워 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늘고 있다"며 "지난 4월 정부가 외국인 취업 기간을 50일 연장해 줬는데 최근 그 기간이 만료되면서 하나둘씩 공장을 떠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 산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70) 씨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근로자가 매일 아침을 먹으러 10명 이상 몰려 왔는데 요즘엔 통 보이질 않는다"며 "다들 모국으로 돌아간 건지 다른 일자리를 찾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연합뉴스
지지난달에 나가려고 했는데 못갔어요.
" "앞으로도 안 가면 안되겠니?"
경기도 김포 하성면에 있는 변압기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하모(51) 대표는 필리핀 출신 A(33) 씨와 단 둘이 일하고 있다.
2018년 3월부터 3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터라 작업은 막힘없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가 빠져나가며 A씨는 이 일대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방인이 됐다.
지난 7일 오후 공장에서 만난 하 대표는 "이 근처에 있는 공장 10여곳 전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았다"라며 "많게는 10명 넘게 쓰는 곳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썰물 빠지듯이 사라져 생산 라인을 돌리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A가 출국하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떠나지 못한 게 괜히 미안하면서도 다행스러웠다"며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채용 자체가 불가능한데 꼼짝없이 혼자 제조, 운반, 배송, 수리까지 도맡아야 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유일하게 1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인천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같은 날 오전 7시께 인천 남동구의 국가산업단지에서 출근 시간대임에도 붐비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인근 주민 박모(65) 씨는 "평소 같았으면 자전거를 타고 공단으로 향하는 외국인 행렬로 가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거리와는 달리 한 목재 공장에서 일하는 고모(41) 씨는 쉴 틈이 없다.
한때 캄보디아 출신 직원 5명과 함께 일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 모두 순차적으로 퇴사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인력업체나 근로지원센터 등에 일손을 요청했으나 지원자 자체가 없다고 하더라"며 "혼자서 두세명이 해야 할 일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만을 고집하는 게 아니다"며 "내국인은 지원을 안할 뿐더러, 온다고 해도 '힘들고 더럽다'며 사흘을 못 버티고 그만둔다"고 푸념했다.
한 외국인 채용 사이트 관계자는 "(이전에는 꺼렸지만) 결혼 비자(F-6) 발급자도 한국어 소통만 적당히 되기만 하면 일할 수 있다고 올리는 회사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차라리 낫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과 애플 등에 이어폰을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서모(60) 씨는 "코로나19 이후 납품 요청도 줄어서 생산 라인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며 "전직원 11명 중 4명이 외국인이었는데 전부 모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서 씨는 "만약 먼저 사표를 내지 않았다면 내가 퇴사를 권유했을 상황"이라며 "서로 얼굴 붉히지 않아서 그나마 미안함을 덜었다"고 털어놨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상황이 맞물려 벌어진 흐름"이라며 "수출길이 막히면서 타격을 받은 사업장이 먼저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낸 경우도 있고, 잔업이 줄면서 월급이 쪼그라들어 스스로 나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을 더 하고 싶지만 비자 갱신이 어려워 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늘고 있다"며 "지난 4월 정부가 외국인 취업 기간을 50일 연장해 줬는데 최근 그 기간이 만료되면서 하나둘씩 공장을 떠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 산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70) 씨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근로자가 매일 아침을 먹으러 10명 이상 몰려 왔는데 요즘엔 통 보이질 않는다"며 "다들 모국으로 돌아간 건지 다른 일자리를 찾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