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 없이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드링킹 헬멧'을 개발하라."

일본의 주류·음료 제조업체인 산토리홀딩스에 떨어진 지상과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술집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기면서 급감한 주류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경영진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산토리는 세계 3위 규모의 양주 제조업체다. 야마자키 위스키와 메이커스 마크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산토리는 지난 4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음식점과 술집, 바를 찾는 손님이 확 줄어든 탓이다.

지난 5월 말 비상사태가 해제된 이후에도 이 회사는 여전히 코로나19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나이트클럽이 코로나19 확산의 진앙으로 지목받고 있는 데다가 일본 직장인이 즐겨 찾는 이자카야도 코로나19 위험 장소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니나미는 "드링킹 헬멧을 쓰고 이자카야를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상해 보이는 아이디어지만 앞으로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토리 내부에서는 우주 비행사의 헬멧과 닮은 것부터 선바이저 형태의 헬멧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비말을 차단하면서도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앉아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의 술집들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손 소독제, 마스크, 체온 검사, 투명 칸막이 등을 활용해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나서고 있다.

산토리 측은 직원들이 이미 일부 시제품을 쓰고 이자카야에서 직접 술을 마시면서 실험을 해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등 성공적인 디자인을 개발하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니나미는 "예술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