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항목 5조8000억 稅감면
이들 항목은 그간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여러 차례 일몰 연장 중단, 폐지 등을 권고해 왔다. 비과세·감면의 효과가 불분명해 ‘세금 퍼주기’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각계가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다수 비과세·감면 항목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도 “비과세·감면 축소는 결국 증세인데 7·10 대책으로 증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비과세·감면은 손 안대고…'부자 증세'만 골몰
근로자 40% 세금 한푼 안내…흑자 법인 19%도 세금 0원
한국에서 부가가치세는 1977년 도입됐다. 모든 재화와 용역의 대가에 10%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55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의 값은 중국집의 5000원 매출과 정부가 가져가는 부가세 500원으로 구성돼 있다.그런데 아파트 관리비에는 부가세가 처음부터 매겨지지 않았다. 세무당국의 단순 실수로 제외됐다. 이런 사실은 2001년 한 시민이 감사원에 제보해 세상에 드러났다. 정부는 뒤늦게 과세 방침을 세웠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했다. 정부의 선택은 여론 설득을 통한 제도 정상화가 아니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었다. 관리비 부가세 면제를 법으로 명문화해 버린 것. 이후 10여 년이 지난 2014년에야 전용면적 135㎡ 초과 아파트는 과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논란만 낳았다. 지방의 대형 아파트엔 세금을 물리고 집값이 그보다 수배 비싼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는 세금이 면제되는 결과가 벌어졌다. 정부는 면제 일몰이 돌아오는 올해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지만 반대 여론을 의식해 또다시 면제를 연장키로 했다.
‘퍼주기’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비과세·감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파트 관리비 부가세만이 아니다. 1992년 만들어진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도 그중 하나다. 이 제도는 기업이 고용·투자 등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묻지 않고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법인세를 최대 30% 깎아준다. 한 해 감면액이 2조원이 넘는다.
세수 감소 규모가 1조9400억원에 이르는 농업 등 기자재 부가세 면제는 농가 소득 향상 효과는 없고, 기자재를 생산하는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 역시 손보지 않고 연장키로 했다. 최근 부동산과 금융 분야 세제 개편으로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여론이 커지자 비과세·감면 정비를 ‘올스톱’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방만한 비과세·감면 제도의 연장으로 인해 모자라는 세수를 ‘다른 누군가’가 메운다는 점이다. 근로소득자의 61.1%와 흑자 법인의 81%가 ‘다른 누군가’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기준 직장인의 38.9%인 722만 명은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 근로소득공제, 근로소득세액공제, 연금보험료·신용카드소득공제, 의료비·교육비·자녀세액공제 등 각종 세금 감면이 너무 많아서다.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은 일본(15.5%), 호주(15.8%) 등 주요국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이 나서 마땅히 법인세를 내야 할 흑자 법인 가운데 19.0%도 세금 ‘0원’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재정)을 채워 넣으려면 새 나가는 물부터 막는 게 순서 아니냐”며 “무분별하게 지원되는 세금 감면 제도 전반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