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에서 조직의 생리와 자본의 논리를 이토록 정교하게 묘사하는 작가는 드물다. 2016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한 소설가 이혁진(46·사진)은 우리 시대 일터와 그 기저에 깔린 권력 구조를 추적해 온 ‘현장형 리얼리스트’다. 그는 조선소, 은행, 공사 현장 등 구체적인 공간을 무대로 시스템이 개인을 길들이는 방식을 치밀하게 기록해 왔다.그의 문학적 뿌리는 경험에 닿아 있다. 데뷔작 <누운 배>는 조선소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의 이익 앞에 무너지는 개인의 양심을 그렸다. 2021년 작 <관리자들>은 공사 현장의 부조리와 책임을 회피하는 관리 시스템의 민낯을 고발했다. 2023년 출간된 최신작 <광인>은 위스키와 음악 세계를 배경으로 사랑을 완성하려는 의지가 광기로 변모하는 파멸적 욕망을 해부하며 작가적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혁진 소설의 동력은 압도적인 사실주의다. 그의 소설은 시스템이 개인을 삼키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간성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묻는다.설지연 기자
신간 <얼굴 만들기>는 미용 산업의 일부로 소비되는 오늘날의 성형수술이 아닌 ‘얼굴을 만든다’는 행위의 의미를 되묻는다. 의학사 전문가인 저자 린지 피츠해리스는 무너진 삶과 존엄을 회복하는 의료의 역할에 주목하며 성형외과의 기원을 끈기있게 추적한다.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은 수많은 병사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상당수는 심각한 신체 손상을 입은 채 전장에서 돌아왔고, 그중에서도 얼굴에 입은 상처는 육체를 넘어 정신과 정체성까지 파괴하는 상흔으로 남았다. 이를 다룬 <얼굴 만들기>는 1%의 허구가 없는 논픽션이다. 책은 ‘현대 성형수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외과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삶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펼쳐낸다. 케임브리지에서 교육받은 뉴질랜드 출신 의사 길리스는 1915년 전장에서 얼굴이 심각하게 훼손된 병사들과 만나 헌신의 여정을 시작한다. 성형수술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섬세한 손기술과 집요한 문제 의식을 가진 길리스는, 병사들의 인생을 되살리기 위한 온 힘을 기울였다. 길리스는 실패와 실험을 거듭하며 새로운 재건 수술법을 개발했고 이를 체계화 해 현대 성형외과의 기틀을 마련해 나간다.<얼굴 만들기>라는 제목만 보고 가벼운 에피소드집을 떠올린다면, 책은 3분만에 독자의 예상을 뒤엎을 것이다. 환자들의 얼굴에 새겨진,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사진들은 숨을 멎게 할 만큼 충격적이다. 저자의 탄탄한 서사 구성과 긴장감을 갖춘 필력 덕분에 두꺼운 논픽션 특유의 지루함을 느낄 틈은 거의 없다.저자는 수술 기록과 논문, 병사들의 편지와 일기, 의료진의 메모 등을 바탕으로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이광수 명지대 겸임교수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가 4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모건 하우절의 신작 <돈의 방정식>은 지난주 보다 한 계단 상승한 2위를 차지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경제·경영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국내 주식 투자서 판매량은 이달 전월 대비 22.9% 증가했다. <이해찬 회고록>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 별세로 독자들의 관심이 다시 모이며 역주행해 순위권에 들었다. 소설·시·희곡 분야에선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눈과 돌멩이>가 지난 27일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