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신발을 ‘우리 애기’라고 부르며 불안한 마음에 세탁소에도 못 맡기는 ‘슈즈 마니아’.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내놓을 ‘신발관리기’가 겨냥하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나를 위해 나온 제품’이란 이미지를 주기 위해 소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타깃 소비자를 좁히는 ‘마이크로 타깃팅’을 강화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미국 대선을 준비하며 유권자 성향을 세세하게 분석해 각각의 타깃층에 다른 유인물을 보낸 것을 마이크로 타깃팅의 효시로 꼽는다. 이 전략은 ‘0.1명 타깃팅’으로도 불린다. 같은 소비자라 하더라도 10가지 이상의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전제 아래 마케팅 전략을 짜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로 타깃팅의 시작은 지난해 하반기 신혼가전 캠페인이었다. 소비자 유형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잘게 쪼갰다. ‘예쁜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는 게 꿈인 신혼부부’ ‘집에서 함께 운동하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신혼부부’ 등으로 구분해 구체적인 가전제품 조합을 제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 1~6월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삼성전자 멤버십을 통해 혼수를 구매한 소비자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악 세 배 늘었다. 가전제품 3개 품목 이상을 동시 구매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5%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7개 디자인 연구소, 트렌드 랩, 각 사업부 상품기획팀 등을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한다. 지역과 연령대, 국적뿐 아니라 날씨, 기분, 가족관계 등에 따라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분석하는 데이터의 양도 상당하다. 이달 초 출시한 ‘뉴셰프 컬렉션’ 냉장고를 기획할 때 분석한 데이터는 195만 개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소비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가 구매력을 갖추면서 소비자 분석이 더욱 쉬워졌다고 설명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향이 제각각인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솔루션이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소비자 분석이 쉬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글, 넷플릭스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먼저 마이크로 타깃팅을 시작한 뒤 금융, 전자 등 업계로 확산되며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