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래 첫 감사 연세대, 무더기 학사·회계 비리
자기 딸 A+ 주고 조국 아들 포함 입시서류 폐기…연대 비리 적발
딸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강의를 수강하라고 한 뒤 최고 성적을 부여한 연세대 교수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교수들이 사전에 모의해 서류 전형에서 점수가 낮았던 동료 교수 자녀에게 구술 평가 기회를 부당하게 부여하고, 결국 최종 합격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4년 이상 보존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의 대학원 입시 서류도 무단으로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세대학교와 학교법인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 대학원 입시서류 무더기 폐기…조국 아들 채점표 포함
자기 딸 A+ 주고 조국 아들 포함 입시서류 폐기…연대 비리 적발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연세대 교수 1명은 2017년 2학기 회계 관련 강의를 담당하면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딸에게 수강을 권유하고, 딸에게 A+ 학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딸과 함께 사는 자택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정답지를 작성하면서 성적 산출 자료도 따로 보관하지 않는 등 감사를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교수의 딸은 연세대 대학원 입학전형 서류심사에서 이 학교 교수인 '부모 찬스'를 톡톡히 누렸다.

평가위원 교수 6명은 주임교수와 사전 협의를 하고, 정량 평가에서 9위였던 동료 교수 딸을 서류심사 5위로 끌어올려 구술시험 기회를 부여했다.

평가위원 교수들은 이후 동료 교수 딸에게 구술시험 점수 100점 만점을 주고, 서류 심사를 1, 2위로 통과한 지원자 2명의 구술시험 점수를 각각 47점, 63점으로 부당하게 낮게 평가했다.

결국 동료 교수 딸이 대학원 신입생으로 최종 합격했다.

교육부는 자녀에게 학점을 부당하게 부여한 교수와 대학원 신입생 부당 선발에 관여한 교수들을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해임, 파면, 정직 등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라고 밝혔다.

연세대 대학원에서는 2016학년도 후기 입학부터 2019학년도 후기 입학까지 서류심사평가서, 구술시험평가서 등 입학전형 자료 총 1천80부가 보존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입학전형 업무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원 입시 관련 서류는 4년 이상 의무적으로 보존하게 돼 있다.

보존되지 않은 입학전형 자료 중에는 조 법무부 장관 아들 대학원 입시 채점표도 포함됐다.

조 전 장관 아들 조모(24)씨는 연세대 정치외교 석박사 통합과정에 2017학년도 2학기에 지원해 탈락한 뒤 다음 학기인 2018학년도 1학기에 다시 응시해 합격했다.

조 전 장관 아들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받은 인턴활동증명서 허위 발급 여부 논란이 일자 검증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지난해 9월 연세대는 조 전 장관 아들의 입학전형 자료가 분실됐다고 밝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교육부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회계 비리도 대거 적발됐다.

연세대 내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교수들은 별도의 증빙 없이 총 10억5천180만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연세대 부속병원 소속 교수 등은 유흥주점, 단란주점에서 45차례에 걸쳐 1천669만원, 골프장에서 2억563만원을 법인카드로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는 이번 종합감사에서 총 86건을 지적받아 26명이 중징계를 받게 됐다.

사립학교법 위반,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8건이 고발됐고, 역시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4건이 수사 의뢰되는 등 다른 대학 종합감사 때보다 많은 사항이 적발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세대가 지적 사항이 많은 것은 종합감사를 받은 것이 개교 이래 처음이기 때문"이라며 "그간 다른 학교는 종합감사는 받지 않더라도 회계감사라도 받았지만, 연세대는 회계감사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6월 교육부가 2021년까지 사립대학 16곳에 대해 종합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뒤 1호 종합감사 타깃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자기 딸 A+ 주고 조국 아들 포함 입시서류 폐기…연대 비리 적발
◇ 등록금 곶감 빼먹듯…학교법인 재산세도 교비회계로 낸 홍대
이날 교육부는 종합감사 2호 타깃인 홍익대와 학교법인 홍익학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도 발표했다.

홍익학원은 토지 49필지에 부과된 재산세 6억2천만원을 법인회계로 내야 함에도 학생들의 등록금 등으로 마련된 교비회계에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 소송 변호사 선임료 1억2천만원도 법인회계가 아닌 교비회계에서 부당하게 끌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부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되는 교비회계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홍익대 교수 4명은 학술연구진흥비를 신청하기 위해 제자의 학위 논문 요약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연구성과물로 제출한 뒤 1천600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물 안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내 사고 위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홍익대는 옹벽 등 63개 시설을 재해 취약시설로 지정하지 않고 정기 점검도 하지 않았다.

일부 건물의 외벽 표면이 박리돼 벽돌 낙하 우려가 있는데도 보수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립 대학들의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세종대 종합감사에서도 학교 법인 임원이 업무추진비 2천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퇴직자에게 '황금 열쇠'를 지급하는 등 각종 비리와 부조리가 드러나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세종대는 소모품비로 퇴직하는 교직원 9명에게 퇴직 위로금과 별도로 황금열쇠 순금 10돈(구입 금액 25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교비회계에서 소모품비는 복사용지나 사무용품 구입, 간행물 구독료 등으로 쓰게 돼 있는데 퇴직자를 위한 황금열쇠를 사는 데 사용한 것이다.

아울러 성적이 기준에 미달한 학생에게도 성적우수 장학금을 지급했다.

세종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의 한 임원은 업무추진비로 150차례에 걸쳐 경조사비로 1천975만원을 쓰고, 개인적인 일로 해외에 머무르면서 법인카드 617만원을 긁는 등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