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은행원들을 개별 지점 대신 여러 개 지점을 하나로 묶은 ‘거점’별로 배치하는 인사 실험에 나섰다. 은행원 개인이 거점 내 지점을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업무하라는 취지다. 다른 은행들도 지점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유도하는 거점 중심 조직 개편에 나섰다.
비대면 시대…'인사 칸막이' 없애는 은행들

지점 대신 거점으로 출근

신한은행 10년차 A과장은 이달 초 정기인사에서 서울 ‘목동커뮤니티’로 발령받았다. 커뮤니티란 신한은행이 2016년 도입한 영업 거점 제도다. ‘커뮤니티장’이 3~5개 지점을 한데 묶어 인력과 영업 등을 관할하는 방식이다. 목동커뮤니티장은 A과장의 과거 직무 이력을 검토한 뒤 소상공인 금융 소비자 응대에 장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A과장은 거점 내 3개 지점 중 소상공인 소비자가 비교적 많은 서울 신월동 지점에 배치됐다.

개별 지점이 아니라 거점으로 은행원을 배치한 건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A과장은 ‘신월동 지점’에 배치됐지만, 다른 지점에 업무가 몰릴 땐 커뮤니티장 권한으로 파견을 가게 된다. 소상공인 대출 업무 대신 자산관리(WM)로 수행 직무가 바뀔 수도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점 간 연계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은행원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쪼개는 대신 지점 묶는 은행들

은행들이 개별 지점의 칸막이를 없애는 건 지점 간 경쟁보다 협업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금융이 ‘대세’로 떠올라 개별 지점만으로는 영업 전략을 짜기 힘들어졌고,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도 예전보다 더 치열해졌다.

하나은행은 4개에서 최대 13개의 영업점을 모은 ‘콜라보그룹’을 76개 운영하고 있다. 지성규 행장이 최근 콜라보그룹별로 온·오프라인 미팅을 열고 “지역적 특성에 맞는 비대면 금융 및 대면 영업 방안을 고민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현장 콜라보그룹장에게 더 큰 권한을 부여하고, 콜라보마다 별도 업무매뉴얼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5~10개 점포를 묶은 파트너십그룹(PG)을 운영 중이다. PG가 ‘허브(거점)’가 돼 각 지점을 ‘스포크(바큇살)’로 잇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 서초종합금융센터에 이은 두 번째 ‘유니버설허브’인 서울 노원종합금융센터를 15일 개점할 계획이다. 유니버설허브는 130여 개의 PG 가운데 핵심 거점 점포를 말한다. 기업·개인뱅킹, 고액자산가 상담 등 ‘풀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하의 각 영업점은 지역 특성에 맞게 특화한다.

우리은행도 투게더그룹(TG) 전략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체 749개 지점 중 243개를 2~6개씩 65개 TG로 묶었다. 자산관리, 퇴직연금, 집단대출, 중소기업 영업 등을 TG 단위로 시행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별 그룹으로 점포를 묶으면 더욱 전략적으로 영업할 수 있고, 지역 현안에도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