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태우고 날아다니는 드론 택시, 어느 곳이든 영화관으로 바꿔주는 홀로그램 멀티미디어 콘텐츠, 의료용 로봇을 이용한 원격 수술…. 10여 년 후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들이다. 이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할 때 꼭 필요한 것이 6세대(6G) 이동통신이다. 영화 수십 편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초 단위로 전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4일 차세대 통신기술 비전을 제시하는 6G 백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공개했다. 6G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삼성이 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5G보다 50배 빠른 6G

6G는 전송 속도가 초당 1테라비트(Tbps)에 달하는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5G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50배 빠르고 지연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전송의 안정성을 높이는 ‘네이티브 AI’란 개념도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백서에서 6G 시대 5000억 개의 기기가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사람당 59개의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차량, 로봇, 드론은 물론 사회 인프라에 들어간 스마트 센서도 데이터를 쏟아낼 것이란 분석이다.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신기술도 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초실감 확장현실(XR),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을 6G 시대의 기술 키워드로 꼽았다. 확장현실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을 결합한 기술이다. 3차원(3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영상 개념을 바꿀 전망이다. 세세한 몸짓과 표정 등을 눈앞에서 구현해준다. 디지털 복제는 원격수술에 활용될 기술이다.

백서는 6G 상용화를 선점하기 위한 조건으로 △테라헤르츠(THz) 주파수 대역 활용 △고주파 대역 커버리지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안테나 △위성을 활용하는 등 네트워크 기술 혁신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린 ‘6G 청사진’

6G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3월 실험용 및 비면허대역 용도로 THz를 포함하는 고주파 대역을 개방했다. 중국 역시 작년 11월 6G 연구를 국가과제로 정하고 이를 추진할 전문가 조직을 구성했다. 한국도 6G 개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관계장관회의에서 6G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5G 기술이 확산되는 단계인 지금 시점에서 6G 백서를 선보인 배경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있다. 미래 기술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초격차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 부회장의 평소 지론을 감안, 일찌감치 백서를 준비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차세대 통신기술에 관심을 두고 관련 사업을 챙겨왔다. 6G 비전이 구체화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 사장단을 소집해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6G 관련 선행 기술 개발을 독려했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찾으라는 주문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5월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영/송형석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