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미국을 다시 읽게 하는 '코로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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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코로나 감염대국'
오명 뒤집어쓴 미국이지만
제도의 간섭과 군림 거부하는
뿌리 깊은 자유주의 전통이
인류 미래 앞서 이끄는 원천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오명 뒤집어쓴 미국이지만
제도의 간섭과 군림 거부하는
뿌리 깊은 자유주의 전통이
인류 미래 앞서 이끄는 원천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칼럼] 미국을 다시 읽게 하는 '코로나 미스터리'](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7.21333375.1.jpg)
정치·경제·군사 분야는 물론 과학·의료기술에서도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비상사태 속에 몰아넣은 지 6개월이 넘도록 유독 미국에서만 확산 속도가 가파르다. 미국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인 텍사스주는 지난주 네 차례나 하루 최다 확진자 발생 기록을 갈아치웠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텍사스와 함께 미국 내 최상위권의 주거 및 위생환경을 갖춘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현실은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서부지역으로 갈수록 이런 개인주의 풍토가 뿌리 깊다.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가 미국 내 최고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의 마스크 착용 생활화 권고를 대놓고 폄훼하며 “우리는 누구의 충고도 필요 없다”고 공언한 게 단적인 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달 말 개빈 뉴섬 주지사가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법령을 발표하자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수용 거부’ 반란이 잇따랐다.
미국인들에게 이런 ‘꼴통’의 역사는 유서가 깊다. 1918년 스페인독감이 창궐하던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마스크 거부 동맹’이 결성되고 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나가 ‘개인권리 침해 반대’ 시위까지 벌였다.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많은 스페인독감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이런 역사에서 배우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미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 대재앙은 ‘자유로운 영혼’을 고집하는 데 따른 대가요, 인과응보다. 콥스 교수는 그런 한편으로 ‘제도’의 간섭과 군림을 거부하는 ‘개인 자유’ 추구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지속시키는 원천이라고 봤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옛 소련과 유럽국가들이 달을 좀 더 잘 관찰하기 위한 망원경 성능 개선 경쟁을 벌이던 때, 미국은 “아예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만들자”는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을 현실로 일궈냈다. 아마존,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등 혁신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출현해 인류 미래를 선도하고 있는 데는 기존 질서 내 안주를 거부하는 미국인들의 자유주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이 정부 주도의 방역지침을 엄격하게 시행해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로 갈채를 받았지만, 틀에 얽매인 국가주의와 간섭주의 논란을 빚고 있다. 세상에 일면만의 진실은 없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