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무주택자,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
모든 가구가 집을 소유하는 게 가능할까. 문재인 정부의 자가보유율 목표는 100%인 듯하다. 실세 장관으로 꼽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사는 집이 아니면 다 파시라”고 대놓고 압박한 점에서 그렇게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4%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모든 가구가 한 채씩 가진다면 이론상 자가보유율 10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주택자는 임대주택 공급자

현실적으로 자가보유율 100%는 불가능한 수치다. 주요 선진국의 자가보유율도 높아 봐야 60%대다. 글로벌경제통계사이트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자가보유율(2017년 기준)은 64.2%다. 일본은 61.9%, 프랑스는 64.9%다. 우리나라 자가보유율은 작년 기준으로 61%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왜 선진국조차 70% 문턱을 넘지 못할까. 부동산 관련 학자들은 경제적으로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든다. 돈이 있어도 집을 굳이 보유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거나, 이사를 자주 다니거나, 차라리 그 돈을 사업 자금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자가보유율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다가는 사달이 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 집 마련이 아메리칸 드림의 완성이라고 생각한 클린턴과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도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 자가보유율은 69%대로 올라갔다. 그러나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무주택자를 위한 집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그만큼 공급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주거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 국가에서도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많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 수준이다. 모자라는 임대주택은 누가 공급해야 할까. 다주택자다. 이들이 여분의 집을 사서 전·월세로 내놔야 무주택자들이 살 곳이 생긴다.

문재인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 정부는 대출과 분양 문턱까지 확 높여 무주택자만 집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제적 여력이 되는 사람이 집을 추가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도시 외곽이나 지방의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 줄줄이 미분양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건설사들이 공급을 줄이면서 무주택자들이 살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이 갈수록 감소할 것이다.

주택 공급 부족 부채질

공급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임대료 통제에도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할 방침이다. 임대료 통제는 공급 위축, 슬럼화 등을 초래해 무주택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는 점은 경제학 개론서에도 나온다. 개론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게 미국 뉴욕 사례다. 시가 임대료를 규제하자 집주인들은 유지, 보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브롱크스 등 임대주택이 몰린 곳의 슬럼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 터라 집주인들은 신규 공급도 더는 하려 하지 않았다.

이 정부는 무주택자를 위한다면서 무주택자를 사지로 모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무주택자들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게 좋을 것 같다.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