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과 관련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홍 부총리는 14일 방송에 출연해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필요한 경우라는 전제 하에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그린벨트란 서울의 그린벨트를 뜻한다.
주택 공급 확대 위해 서울 강남 그린벨트 해제 카드 나오나
홍 부총리의 발언은 기존에 제시된 주택 공급 방안을 먼저 검토해 보고 나서, 그래도 모자라면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선 방안은 7·10 대책에서 윤곽만 제시된 추가 택지 확보, 도심 고밀 개발, 공공 재개발·재건축 등이다.

우선 제시한 방안을 검토해보고 나서 그래도 모자라면 그린벨트 해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으로 그다지 적극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가 7·10 대책 발표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리스트에 없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한발 더 접근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마련된 범정부 TF의 팀장이다.

이에 대해 당정청에서 공히 주택 공급 확대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서울 도심의 고밀 개발은 주택수 확보에 한계가 있고, 재건축은 공공 개발 방식이 제시되긴 했지만 실효성에 벌써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같은 공급 방안을 제시한 7·10 대책에 대해 세금 규제만 있고 공급 방안은 빠진 반쪽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 내에서도 입지가 좋은 땅을 발굴해 택지로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5·6 대책에서 제시된 용산 정비창 개발 방안과 비슷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땅은 결국 그린벨트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할 수 있는 택지는 결국 강남의 보금자리 지구 근처 땅들이 될 공산이 크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49.13㎢로, 강남권에선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동구(8.17㎢), 강남구(6.09㎢), 송파구(2.63㎢) 등 순이다.

노원구와 은평구, 강북구 등 서울 북쪽에도 그린벨트가 많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산으로 택지 개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로 이명박 정권 때 보금자리 주택을 개발하고 남은 주변 땅들이 추가 택지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그린벨트 지역의 가용면적은 그리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대한 택지를 조성해도 1만가구 이상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 공급 확대 위해 서울 강남 그린벨트 해제 카드 나오나
이들 지역에 대한 토지보상과 광역교통대책 수립 등도 만만찮은 과제다.

정치적 리스크도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었는데,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린벨트 개발에 나섰음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다면 애꿎은 그린벨트만 망쳤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2018년 서울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강남권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서울시를 의식해 접은 적이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집값을 잡은 것은 결국 강남 보금자리 주택이었다는 점에서 정부로선 이들 지역에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달 말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들어가게 된다면 방침을 밝히는 정도가 될 전망이다.

공식적으로 어느 특정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택지로 개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려면 지구지정 단계까지는 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무를 맡은 국토교통부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15일 "아직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