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 시대의 도래로, 연 1% 이자의 은행 예금도 찾기 힘들어졌다. 이제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는 필수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투자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돈이 많아서 바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면 직접투자하시면 돼요. 하지만 자금여력이 많지 않아 직접투자가 어렵다면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회사)에 투자하시면 됩니다. 커피 한 잔 값이면 내로라는 유명 건물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사람들이 투자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0%대로 떨어지는 등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주식 시장도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미래에셋대우 목동투자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승환 PB(프라이빗뱅커·자산관리전문가)는 "은행보다는 낫다"며 투자상품으로 리츠를 추천했다. 지난 9일 이 PB를 만나 리츠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동산은 사고 싶은데 돈은 없다고?…그럼 리츠!

리츠는 부동산 혹은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다. 리츠는 법에 따라 이익의 90%를 배당으로 줘야 한다. 국내 리츠 시장은 이제 막 열렸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리츠가 이미 보편화된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수익을 내는 구조는 회사마다 비슷하다. 부동산이나 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발생하는 이익에 배당한다. 회사의 전략에 따라 자산을 성장시켜 팔고 재투자하는 곳이 있고, 하나의 자산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당하는 곳도 있다.

이승환 PB는 "리츠는 형태별로 공모와 사모로 구분할 수 있고, 투자 업종에 따라 주거·리테일(소매판매점)·오피스(사무실)·헬스케어·레저 등으로 세세하게 나뉜다"며 "각 업종별로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츠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히 배당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리츠들의 배당수익률은 연 8.19%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보다 0.35%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부동산 직접투자와 비교해도 리츠가 더 나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리츠의 오피스 투자 수익률은 6.28%, 리테일은 12.75%, 주택은 16.01%였다. 반면 이들을 직접 투자했을 때는 각각 4.37% 3.42% 11.12%가 나왔다. 적게는 2%포인트에서 많게는 9%포인트 가량 차이가 났다

이 PB는 "부동산 직접투자와 비교했을 때 리츠는 세금 측면에서 혜택을 준다는 점, 관리보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에서 장점을 가진다"며 "상장 리츠의 경우 사고파는 것도 쉽기 때문에 유동성(자금) 관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이와중에 8%] "집 못 사면 리츠라도 사라…은행보다 낫다"

단순히 배당 때문에 리츠 투자해야 할까

배당만이 리츠가 가진 장점은 아니다. 리츠는 현 경제 상황과 맞춰봐도 투자할 가치가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흔들렸고, 각 나라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세계 금융시장에 수천조원의 자금이 풀려 투자대상을 찾고 있다.

문제는 많은 자금이 시장에 풀려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들의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한 점은 향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 있는 실물자산이 주목받고 있다. 금을 비롯해 부동산 역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실물자산 중 하나다. 돈은 가치가 하락하지만 이 같은 실물자산의 가격은 상품이 오를 때 같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PB는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구간에 오르는 자산"이라며 "지금은 금리가 계속 내리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은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에 부동산 직접투자를 하지 못한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즉 리츠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중에 8%] "집 못 사면 리츠라도 사라…은행보다 낫다"

국내 '신한알파리츠' 주목…해외, 포트폴리오 짜야

국내 상장 리츠 가운데는 신한알파리츠를 유망하게 봤다. 신한알파리츠는 오피스에 투자한다. 판교크래프톤타워과 용산 더프라임이 기초자산이다. 이들 건물은 네이버와 신한금융투자 등 우량 임차인들이 들어와 있다. 코로나19에도 최근 임대율이 99.8%에 달한다. 서울시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올 1분기 4.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그는 "국내 리츠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아직은 매력적인 투자자산이 별로 없다"며 "그나마 신한알파리츠가 눈에 띄는 데, 입지가 좋아 공실률이 적고 우량한 임차인들이 많아 리스크도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선택지는 더 많아진다. 국가별로 포트폴리오(투자자산군)를 짤 수 있지만, 이보다는 업종별로 리츠를 골라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그의 고객 중 한명은 미국 뉴욕의 오피스 리츠와 일본 도쿄에 있는 오피스 리츠로 국가별 투자 위험을 분산했다. 여기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있는 고급주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거용 리츠, 성장성을 위해 데이터센터 리츠를 담았다.

이 PB는 "데이터센터와 물류창고 등 성장성 있는 리츠와 안정성 있는 주거형 등을 같이 가져가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며 "만약 분산투자할 자금 여력이 안된다면 리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권고했다.

개화기인 국내 리츠보다는 해외에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